5월 18일,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가 왔다. 학부때처럼 어영부영 학교를 다니던 나로서는 딱히 어떤 동아리도 없었기에 축제는 그냥 축제인가보다 싶을 정도로 관심이 적었다. 학교 규모가 작아서일까. TV에 나오는 다른 학교 축제들에 비해 우리 학교 축제는 규모가 상당히 작은 편이다.

카메라가 있다는 것은, 이벤트에 민감하게 만든다. 뭐 하나 건져볼까하는 심정으로 일단 나가보는 습관이 생겼다. 실력은 없지만 찍는 건 좋아라하기에 일단 들고 나선다. 역시 축제는 저녁 타임이 좋다. 조명빨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같은 학생이 뛰는 모습인데도 어느 연예인 못지 않을 만큼 멋지게 보였다. 분위기도 상당히 고조되어있었고... 생각컨데 올해 축제는 그동안의 축제에 비해 훨씬 참여도가 높았던 것 같다. 작년까지만 해도 조촐한 동아리 행사 정도였달까?

셔터가 확보되지 않음은,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그들의 활기참이 사진에 베어 나오는 것 같아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스럽다. 게다가 이날의 축제는 사진도 사진이지만 찍는 나도 꽤 즐겼다고 생각한다. 대학원생이나 되어서야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알게 되었다.





18일은 그랬다. 찍는 즐거움, 관찰하는 즐거움이 있었다. 하지만 즐기는 그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다고 생각했다. 19일. 공개 녹화 방송이 있었다. 작년부터 우리 학교는 공개 방송을 유치하고 있다. 학교 축제가 연예인 잔치로 변색되어가는건 아닌가 싶은 느낌이 없진 않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 그것이 굉장히 즐겁다는 것이다.

카메라를 들고 나갔다. 박혜경과 한나가 나올 때까지는 밥을 먹느라 놓쳤다. 그냥 노래나 듣는 거겠지 하면서.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우리 학교 축제에 이렇게 사람이 많은 적이 없었다. 모세 등장. 노래 정말 잘하더라. 페이지 등장. 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나는 페이지를 정말 좋아한다. 페이지는 무대 매너가 정말 최고였다. 노래 전에 단상 밑으로 의자 하나를 부탁했는데 노래를 부르던 도중 의자를 딛고 밑으로 내려왔다. 이 때부터 열광의 도가니가 시작되면서 사람들이 하나 둘 흔들거리기 시작했다.

슈퍼 키즈. 맞나 모르겠다. 아무튼 이름은 처음 듣는 힙합 그룹이었는데, 이 때부터 카메라를 내렸다. 뒤로 빠지는 후배에게 카메라를 맞기고는, 결국 나도 모르게 풋쳐핸접에 몸을 맡겼다. 이들의 무대부터 사람들이 앞으로 달려나갔는데 (그 전까지는 진행 요원이 못가게 막았으나 이 때 풀어주었다) 나는 대단하게도 앞에서 한 세번째 줄 쯤 되었을까? 슈퍼 키즈 정말 최고!! 근 2년간 운동에 담쌓은 내가 나도 모르게 손들고 뛰고 있었으니. 평소같으면 중노동이라면서 절대 안했을...

그들 뒤로 등장한 노브레인. 설명이 필요 없겠지. 한 번 올라간 손을 내릴 수 없었다. 이미 몸은 땀으로 범벅이었지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나는 땀 흘리는게 싫어서 운동을 안한다) 설명이 필요없는 노브레인 다음이 누구였을 것 같나? 현진영! 관록이 묻어나는 그의 보컬에 거의 무대는 땅이 꺼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청담동 호루라기 이진성도 나왔는데 생각보다 잘하더라. 그 역시 분위기 띄우는데 한 몫 했다.

출연 가수 중에서 가장 유명한 가수를 따지자면 아마도 노을이겠지. 하지만 내 생각엔 노을은 별로 였던 것 같다. 분위기가 아니었달까.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이며 노을이 못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후반들어 중견 가수 두 분이 등장했다. 이용, 신효범. 관객은 모두 앉아있었지만 (그렇게 시켰다!) 분위기는 계속 타오르고 있었고 (중견의 힘은 대단하다!), 마지막으로 등장한 이정! 다시 봤다. 정말 최고더라!!! 관객을 사로 잡는 뭔가가 있었다.

축제 덕분에 나는 지금 이틀째 몸살이다. 오른팔을 위로 들지 못하고 있고, 종아리가 연신 쑤셔서 잠잘 때 끙끙거린다. 하지만 정말 오랜만에 대 이벤트였고 정말 제대로 즐겼다. 복잡하고 짜증으로 가득했던 머리가 시원하게 뚤린 기분이다.

내년은 좀 더 즐겨봐야겠다. 축제를 즐긴다는 것은, 축제의 컨텐츠 이전에 축제를 임하는 관객의 태도가 더 중요한 것 같다. 작년과 같은 생각이었다면 나는 이렇게까지 즐기지 못했을 거라 생각한다.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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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무 2006/05/21 19: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립네요. 대학교 때 축제들...쑥맥이어서 제대로 즐기지는 못했지만
    같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 너무나 신이 났던 젊음의 열정들. 근처에 대학이 있다면
    꼽싸리로 즐겨보고 싶군요. ^^

    1. semix2 2006/05/22 17:44 댓글주소 수정/삭제

      ^^ 꼽싸리도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올 해 축제엔 인근 주민들고 많이 왔답니다. 오무라이스 기네스 도전할 때도 그렇고 공개 방송 때도 그렇고. ㅎㅎ

  2. 꼬맹쓰 2007/05/16 01:10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아싸..
    다음주가 벌써 축제 기간이네여 ^^
    ㅋㅋ 몇년만에 학교 축제인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