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프로젝트에서 분야가 다른 팀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A팀의 프리젠테이션, 다른 팀들이 경청하는 가운데 B팀이 태클을 건다. 나불나불- 10여분간 언성을 높인 채 도달한 합의는 다름 아닌 용어의 정의였다.

큰 맥락에서 같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세부적으로는 미묘한 차이를 이룰 때 이러한 문제가 종종 발생한다. 맥락상 이해가 될 법한 용어인데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미묘하게 다른 해석이 가능한 경우, 회의는 흐름을 타고 있지만 사실은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용어의 다형성에 대해 사전에 알아채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들어보는 용어에 대해서는 당연히 질문을 던지겠지만, 사용 중인 용어에 대해서는 일단 각자가 아는 대로 해석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것이 큰 맥락에서 공통 분모를 갖고 있다면 초반 어느 정도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빨리 발견될수록 좋다. 그러나 초반 어느 정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에 문제는 늦게서야 발견된다. 1차 회의가 끝나고 2차 회의도 끝나고, 3차 회의에 접어들어서야 [혹시 지금 우리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나요?] 라고 조심스럽게 누군가 묻는다. 사실 이쯤되면 누구나 묻고 싶었을 시점이다.

용어의 다형성에 의해 서로 다르게 해석한지 오래다. 1, 2차 회의에서 도달한 합의점에 의심이 생긴다. 회의는 길어진다. 용어 자체에 대한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열띤 토론 (경우에 따라서는 싸움처럼 보이기도 한다) 을 거치고 이전 합의 결과에 대해 재검토를 하기 시작한다. 바빠 죽겠는데 언제 용어 정리를 하며 지난 회의는 왜 들먹이냐는 표정들이 역력하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방지할 수는 없을까?

어떠한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면 사전에 그 용어에 대한 정의를 미리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것을 다른 사람이 자신과 동일하게 해석할 것이라는 가정을 품고 출발해서는 안된다. 용어의 다형성은 항상 뒤늦게 발견되기 때문에 사전에 차단할 필요가 있다. 발표 자료 첫 장에 [용어 정의] 하나 정도 마련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것은 용어에 대한 해석 방법을 명확하게 할 뿐 아니라 명세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따지고 들 때 편하게 적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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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소나무 2006/11/24 17:59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그게 팀웍인거 같아요. 앗하면 엇하고 알아듣는..
    저도 프로젝트를 해보면서 말씀하신 문제에 대한 고민을 좀 했었는데..ㅎㅎ 결국은 시간인 거 같더군요.

    1. semix2 2006/11/24 20:07 댓글주소 수정/삭제

      작은 규모의 프로젝트라면 크게 문제가 안되겠지만... 수십여 팀이 모여서 하는 일이다보니 시간을 믿고 기다리기엔 좀 힘들겠더라구요; 참 난감합니다 이럴 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