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토시 콘 - <메모리즈 - 그녀의 추억편> 과 <퍼펙트 블루> 를 맡았던 인물로 그의 연출은 정말 최고다. 그가 퍼펙트 블루에서 표현한 연출과 장면에 대해선 이미 아래 극찬을 한 바 있다.

<퍼펙트 블루> 에서 사토시 콘이라는 인물을 알게되고 그에 대해 살펴보다가 2001년 <천년여우> 라는 작품을 냈다는 소식을 알고는 너무나 기쁜 마음에 인터넷을 뒤져서 구했다. 두 작품 모두 아직 우리나라에 정식 발매되지 않았기 때문에 볼 수 있는 루트는 이것 밖에는 없었다. DVD 로 나왔음 참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시대의 여배우 치요코, 잠적한 그녀를 취재하고자 중년의 겐야와 젊은 카메라맨이 그녀를 찾아간다. 이미 할머니가 되어있는 치요코. 이제 그녀의 인생을 이야기한다.



<퍼펙트 블루> 의 영향을 너무 크게 받은 채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스릴러쪽에 자꾸 신경을 쓰게 되었었는데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다. 딱히 장르를 구분하기 어렵지만 굳이 따지자면... 드라마 쪽에 가깝지 않을까?

어린 시절, 우연히 한 남자의 목숨을 구해주고 그를 사랑하게 된다. 사상범으로 쫓기는 그를 찾기위해 치요코는 배우가 된다. 그런 그녀의 과거는 겐야의 "취재" 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된다. 하지만 이것은 과거를 이야기하는 취재가 아니다. 과거의 현장에 서서 직접 그 과거를 보고 듣는 것이다. 게다가 보고 듣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출연하여 과거의 인물과 대화까지한다. 그녀가 모르는 그녀의 과거와 대화를 하는 것이다.

<그녀의 과거를 취재하는 겐야>


<겐야 - 만능 배우라고 불러다오!!>


그녀의 과거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와 겹쳐진 채로 이야기된다. 초반엔 다소 햇갈리지만 (카메라맨이 가장 관객과 흡사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이것은 처음에 사실과 영화를 애써 구분하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의 삶과 그녀가 출연한 영화 사이의 간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좁혀든다. 나도 모르게 그것을 구분하려는 노력이 사그러든다. 어느덧 그냥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 이 부분은 사토시 콘의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볼 수 있겠다. 이는 사실과 영화 사이가 한치의 어설픔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 그래서 그녀의 과거는 그녀가 출연한 영화에 겹쳐저 천년의 시간을 그리게 되고... 따라서 그를 향한 그녀의 마음 역시 천년의 세월을 갖게 된다.

<천년의 세월>


그를 찾으려는 노력은 계속되지만 그와의 재회는 쉽지 않다. 시대를 넘나들며 어렵게 만나더라도 곧바로 헤어진다. 그를 찾으려는 그녀의 노력은 천년이나 이어지지만... 세월이 지나자 그녀는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을 그가 알아보지 못할거라는 생각에 배우 활동을 접고 은둔 생활을 하게 된다.

" 나는 이미 그 사람이 기억하는 모습이 아니라는걸... "


생각이 안나!
얼굴조차도...
그렇게 좋아했는데...
이제 얼굴도 생각이 나질 않아!


늙고 병든 치요코의 울부짖음. 단 한번 만나서 키운 그녀만의 순수한 사랑, 집착이라고 하기엔 참 아름답기에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특히 마지막 임종에서의 그녀의 대사는 다시 볼수록, 다시 생각할수록 가슴 한켠을 미어온다.

한 여자의 인생을 '취재'라는 기발한 생각으로 묘사하고, 그 취재마저도 굉장히 독특한 방법으로 이루어진데다가, 현실과 허구의 절묘한 합성덕에 영화는 묘하고도 굉장한 집중력이 있다. 관객에게 집중하길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도 모르게 빠져드는 것이다. 게다가 실사영화같은 움직임은 종종 이것이 애니메이션이 아니라는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뭐하나 흠잡을 부분도 없고, 흠잡고 싶은 마음도 없다. 정말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없다. 구구절절 감상문이라고 늘어놓기는 했지만 정말 이 영화는 직접 보고 속으로 음미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는 http://semix2.tistory.com/trackback/31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