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Commons License

문화 생활이라고는 고작 영화 관람을 벗어나지 못한 나, 드디어 공연 문화에 첫발을 내딛었다. 마치 달 표면에 첫 발을 내딘 아폴로마냥, 기대와 긴장, 감격의 수순을 너무나 정직하게 밟아버렸다.

공연을 보기 전까지는 그냥 퓨전 음악 공연이라고 들었었기에 사실 공연 자체에 대한 큰 기대는 없었다. 그저, 공연장이라는 곳을 드디어 가보는구나-하는 기대감만으로 가득했을 뿐. 내게 퓨전 음악이라함은 오래전 야심한 시각 TV에서 종종 보여준 공연 쯤이었기에, 공연 자체에 큰 기대감을 미리부터 갖기는 힘들었다. TV에서 본 것과 얼마나 다르겠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고요한 아름다움 愛 - 강은일 해금 플러스 VIII. 공연장에 도착해서야 주 악기가 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줄 두 가닥이 소리를 내는 악기, 알고 있는 정보는 이게 전부다. 입장, 공연장은 이렇게 생겼구나, 극장하고는 다르네? 그저 공연장이라는 곳 자체에 대한 신기함에 두리번 두리번, 들뜬 마음은 유치하기 그지없다.

그리고 첫 곡의 시작.

눈물이 글썽이더라. 어째서인지 첫 곡이 시작되는 부분에서, 나는 참 멍청하게 살았구나-하는 생각을 해버렸다. TV와 얼마나 다르겠어? 28년을 그렇게나 바보같이 생각해왔다니. 소리는 중앙에서 시작해서 양쪽 벽을 힘차게 타고 휘감아 귓속을 파고 들었다. 귓속이 소리로 이렇게나 가득 찰 수 있구나! 한심함으로 시작된 글썽거림은 감격의 글썽거림으로 금새 바뀐다. 안구건조증만 아니었으면 눈물 한두방울 흘렸을것 같은 감격의 순간.

해금이라는 악기가 이런 음을 내는구나. 정말 매력적이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그 찰나에 심하게 마음이 끌린다. 받쳐주는 악기도 멋지다. 기타는 소리에 아름다움을 더하고, 가야금은 현란함을 더하며, 타악기는 리듬을 싣는다. 피아노가 때때로 기분을 들뜨게 하고, 관악기는 들뜬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힌다. 각각의 악기는 그것 자체에 충실하지만, 그것들이 어우러져 환상의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음악은 청각을 통해 전해지지만, 무대는 시각을 가만두지 않았다. 세트와 조명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이미지는 소리에 부피를 더한다. 연주자의 추임새도 빠질 수 없다. 막귀를 가진 나로선, 소리만으로는 저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연주자의 추임새는 악기가 내는 소리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한다! 공연 내내 나는 소리를 보기도 하고, 빛을 듣기도 하며, 빛과 소리를 구분짓지 못하는 환상에 빠지기도 한다. 아아- 너무나 멋진 Orchestration!!

이래서 사람들이 공연에 미치는가보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는 http://semix2.tistory.com/trackback/317 입니다
  1. Subject: 소리의 세계 - 강은일의 "해금플러스"
    Tracked from 푸랑하나 2007/08/07 02:14 삭제

    8월 2일 오후 8시 소리의 세계에 초대받다. 살아있는, 뛰노는 소리로 꽉찬 공간 소리의 채워짐에 포만감을 느끼고 소리의 움직임에 즐거움을 느끼고 소리의 가녀림에 슬픔을 느끼고 소리의 리듬감에 웃었다. 귀가 너무 즐거웠던 2시간. 언젠가부터 소리를 하나하나 구분해서 듣게 된 나는 주변에 상황이 내 눈을 벗어나는걸 못 견디는 성격 때문에 귀로는 소리의 세계를 거닐며 눈으로는 사람의 움직임을 쫓았다. 악기가 언제 화음에 들어오고, 나가는지, 화음 안에서..

  1. 아쯔히로 2007/08/07 21: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와. 위의 글은 인기쟁이에게만 붙는다던 광고글?
    와아-축하축하!

    1. semix2 2007/08/08 00:48 댓글주소 수정/삭제

      난감난감- 광고글은 삭제되었습니다. ㅎㅎ 안그러더니 요즘들어 광고글이 간혹 올라오네요. 아오-

  2. mk 2007/08/08 15: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오홋... !!
    어디서 본듯한 낯익은 포스터..

    그남자에게서 아는 여자의향기가 ㅎㅎ

    1. semix2 2007/08/09 00:38 댓글주소 수정/삭제

      뭉게뭉게 피어나는 그녀의 향기!

  3. furang 2007/08/09 15:2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공연은 마약!

    1. semix2 2007/08/10 01:25 댓글주소 수정/삭제

      꺅-

  4. 아쯔히로 2007/08/11 15:08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기쟁이 블로그가 되셨어요-
    계속 광고가 _- 대체 누갸!!!
    게다가 이번 광고는 조금 약간 살짝 길군요

    1. semix2 2007/08/12 19:22 댓글주소 수정/삭제

      블로그는 지금 스팸과 전쟁 중!!

  5. 바른길 2007/08/16 14:01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다음엔 저도 데려가요~ ㅎㅎ

    1. semix2 2007/08/17 01:26 댓글주소 수정/삭제

      형은 남자랑 안논단다...

    2. furang 2007/08/17 08:57 댓글주소 수정/삭제

      으릉-

      난 남자든 여자든 다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