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Commons License
왠지 모르게 오랜만에 쓰는 블로그-라고 느끼고 있다. 몸은 그다지 바쁘진 않은 것 같은데 정신이 좀 산만하달까. 조급한 마음 한가득, 불안한 마음 한가득, 요즘 좀 그렇다.

박사 과정이라는 것이 처음엔 석사 생활하고 전혀 다를 것이 없어서 다소 실망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어딜봐도 대학원생일 뿐 박사 과정이라는 문구는 없었고, 심지어 도서관 대출 권수가 늘어난 것도 아니요, 대출 기간도 늘어나질 않았으니... 그런데 요즘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불안감.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면접 과정을 거치며, 그리고 그 이전의 사건 등으로 나는 다소 유명해진 듯 하다. 본의 아니게 (절대로) 안좋은 이미지가 생겨버렸다. 하하! 여기엔 두 가지 버릇이 작용했다. 하나는 메멘토 마냥 짧은 기억력. 이건 정말 타고 난 듯. 나는 어제 일도 잘 잊고, 늘 봐오던 사람의 이름도 잘 잊고, 오래 봐왔던 사람을 잘 잊는 편이다. 중학교 동창생 이름을 아는대로 대 보시오-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름이 둘을 넘지 못하고, 고등학교는 물론이거니와 대학도 가물가물하다. 사람을 잘 기억 못하고, 길치에, 뭐 여튼 그렇다. 이런 버릇 아닌 버릇으로 한바탕 고생도 했고, 요즘은 그래서 늘 신경 쓰려다보니 매일 매일이 무슨 시험을 보는 듯 한 기분이 든다.

다른 하나는 쓸데 없는 자신감이랄까. 나는 이게 스스로 장점이라 생각하고 있는데, 이게 간혹 제대로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다. 그랬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조금 신경을 쓰게 된다. 아, 어찌보면 이건 자신감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 해당할 것 같다. 이게 화려한 말빨이라 믿었던 곽가 변명 제조기와 함께하면 아주 제대로 최악의 결과를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조심해야지... 조심해야지....

이런 저런 일들과 함께, 요즘 드는 생각은, 부족함. 그래서 생기는 불안감. 이건 뭐, 학부 때나 별반 다를 것 없는 밑천 드러난 지식 갖고 변명이나 일삼고, 이젠 그마저도 밑바닥이 드러나서 아둥바둥 거리는 꼴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노력이나 좀 하는가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반성하고-저지르고-자학하는 악순환의 반복. 불안한 심리는 자학을 더욱 더 심화시킨다.

나는 뭘 해야하나?

요즘 참 많이 생각한다. 프로그램 좀 깨작거리는게 굳이 박사 과정까지 와서 해야하는 것인가 싶기도 하고, 뭐라도 좀 보려치면 제대로 하는건 없고, 말은 많은데 아는 건 없는 그저 소리만 요란한 빈 깡통처럼 내 스스로가 한심하게 느껴지는 일상의 나날, 오늘은 제대로 절망의 수필이로구나.

오늘 문득 마음에 드는 문구를 발견했다. 단점을 고치려 노력할 바엔 그 노력을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에 써라! 였던가. 아아- 요즘은 내 스스로의 단점에 지나치게 신경을 쓰다보니 경찰 피해다니는 범죄자마냥 이리저리 신경을 많이 썼는데, 참 헛짓거리 했다. 단점이라 생각한 부분엔 사실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단점을 억지로 고치려해봐도 잘 고쳐지지 않는 태생의 문제도 작용한다. 아마도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 짧은 기억력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으니... (뇌구조가 어떤 계기로 바뀌지 않는 이상 그건 정말 힘들 것 같다) 적당히 무마하고, 적당히 넘기는 나름의 융통성이 필요한 시기인 듯 하다.

나는 나를 아껴야 한다. 내 스스로가 나를 보호하지 않으면 이런 극심한 불안과 공포를 견디지 못하고 망가질 것 같다. 강인한 껍데기, 우습지만 이건 핑계가 아닌 필수가 아닐까. 이해해주는 사람에게 안기고, 그렇지 못하는 사람에게 껍데기를 보이는, 치졸한 이중 생활이 아닌, 치밀한 계산적 사고.

주저리 주저리- 간만에 소리내어 몇 자 적어본다.
이 글의 트랙백 주소는 http://semix2.tistory.com/trackback/350 입니다
  1. furang 2008/04/30 03: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강인한 껍데기, 이중 생활-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라구요-
    거기다 치밀한 건 더더욱-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상관없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방법인걸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이자면 저도 깨달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이 알게되더라도 치졸하다거나- 안좋은 눈으로 보지 않아요.
    오히려 알게된 후엔 좋게 작용할 때가 많답니다.^^

    별샘오빠 화이팅!

    1. semix2 2008/04/30 23:59 댓글주소 수정/삭제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