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 '그래! 노트북 한 대 사야겠다!'


아이폰/패드 앱 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선택은 맥 계열 뿐. 하지만 이렇게 선택의 폭이 좁은데도 여기서 또 선택의 갈림길이 앞길을 막고 있으니... 레니타 맥북 프로, 맥북 프로, 맥북 에어 중 하나를 골라야 하고, 또 여기서 11인치, 13인치, 15인치를 골라야 한다.




무엇을 사야 하나?


주된 목적은 '동네 커피숍을 돌아다니면서 우아하게 커피 한 잔 시켜놓고 되게 멋진 폼으로 코딩하는 동안 말 거는 여성 분에게 - 죄송하지만 전 유부남입니다 - 라고 말하는 것' 이기 때문에 무게와 가독성에 초점을 두었다.


무게를 중점으로 두니 맥북 프로는 제외. 하지만 레티나 맥북을 선택하게 되면 가격의 압박으로 인해 다시금 맥북 프로를 되돌아보게 된다. 맥북 에어의 경우 가격이 다른 종류에 비해 저렴하고 가볍다는 장점이 있지만 가독성이 레티나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니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이것 저것 꼼꼼히 살펴본 결과 나는 레티나 맥북 프로 15인치형을 선택했다. 이 선택에서 가격은 고려 대상에서 제외. 왜냐하면 제일 비싸거든!




15인치 레티나 맥북 프로


자세한 스펙은 애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만, 간략히 정리하자면 스크린 크기는 15인치인데 13 인치 맥북 에어보다 가로/세로 2 센티미터 정도 더 크다. 맥북 에어 스크린 바깥 베젤이 맥북 프로보다 크기 때문에 실제 크기 차이가 그렇게 많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애용하는 가방에는 억지로 꾸겨 넣어야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15 인치는 그리 작은 크기가 아닌건 분명하다.



이렇게나 아름다운 내부 모습은 실제 사용할 땐 절대 볼 수 없지;



레티나 디스플레이! 이건 정말 굉장하다. 하루 종일 코드를 보고 살아야 하는 나로썬 가독성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레티나 맥북 프로가 나오기 전까지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으므로 불편함이라는걸 느끼지 못했었는데 현재 레티나 맥북 프로를 사용하고 있는 내겐 일반 모니터들은 죄다 오징어로 보일 뿐이다. 마치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한 종이를 보고 있는 느낌. 글자는 또렷하고 오래봐도 피로가 덜하다. 그리고 색감은 또 왜이리 좋은지- 다른 컴퓨터로 봤던 사진을 이 기기로 보면 '어? 이게 이런 색이었나?' 싶다. 색을 왜곡하는 느낌이 아니라 보는 순간 '아, 이게 원래 이런 색이었구나' 하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화사하고 풍부한 색감 덕분에 사진 보는 일이 굉장히 즐거워진다. (이게 참 놀라운 일이다. 평소에 하던 것들이 더 흥미롭게 다가오니 말이다)


SSD 256 기가바이트. 2 테라바이트 급 하드디스크가 판을 치는 마당에 256 기가바이트는 꽤 작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목적이기 때문에 이 크기는 그런대로 쓸만하다. 다행히 얼마 전 집에 NAS를 들여놨기 때문에 이 용량이 부족하게 느껴질 일은 없을 것 같다.


SSD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속도! 아- 진짜 놀랬다. 나는 이 기기를 통해 SSD를 처음 접했다. 기사나 사용기로만 'SSD 그거 진짜 빨라요-' 라는 글만 봤을 뿐 실제로 써 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써 보고 정말 놀랬다. Xcode(개발툴)를 클릭하는 순간 번쩍하고 뜨고, 컴파일을 시작하면 뭔가 슈슈슉 하고 지나가더니 번개같이 시뮬레이터를 띄우고 앱이 실행되더라;; 그렇구나... SSD는 정말 빠르구나... 속도가 완전 깡패 수준인걸?


키보드는 평소 쓰던 키보드와 자판 하나하나의 크기가 동일해서 타이핑에 별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있다. 키패드가 없고, 화살표 키가 좀 더 작지만 그게 그렇게 불편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키보드 하단에 배치된 터치 패드는 이 기기를 접하기 전에 '아- 저거 타이핑하다가 종종 닿겠는데' 싶었는데 실제로 써보니 전혀 그렇지가 않더라. 적절한 취소 기능이 있는 듯 하다. 손가락으로 터치하면 반응하지만 손바닥, 특히 엄지 손가락 아래 두툼살로는 아무리 쓸어봤자 반응하지 않는다. 그래서 터치 패드는 타이핑하는데 전혀 불편함을 주지 않는다. 훌륭해!


아, 그리고 주변이 어두워지면 키보드 자판에서 불빛이 난다. 처음엔 그냥 '이쁘네-' 하고 넘겼는데 이게 꽤 쏠쏠하더라. 디스플레이가 주변광에 반응해 적절히 밝기를 조절하는데 밤에 불 끄고 맥북 프로를 사용하고 있으면 눈 부시지 않을 정도로 밝기가 감소하면서 자판은 은은하게 빛나기 때문에 그 상태로 꽤 편안하게 사용할 수 있다. 내 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흔히 발생하는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 때 편리함을 크게 느낀다.


충전 단자는 자석식이다. 맥 계열이 아닌 노트북의 경우 이어폰 꽂듯이 푸욱 꽂아야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 이 경우 전선이 발에 걸리면 노트북이 그대로 딸려와 와장창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맥 계열은 자석으로 붙어있기 때문에 전선이 발에 걸리면 노트북이 딸려가는 대신 자석만 분리될 뿐이다. 물론 노트북을 사용하는 동안 조심조심하니까 발에 걸릴 일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이 기능 덕분에 매우 조심스럽게 노트북을 사용할 필요가 없으므로 뭔가 마음이 편하다. (사실 맥 계열이 아닌 노트북을 쓸 때도 이런 걱정은 거의 안했다. 다만 그 땐 사용하던 노트북이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런 걱정을 안했던 것 같다; )




단점이 없는 건 아니지라-


레티나 디스플레이, 글자 만큼은 레이저 프린터로 인쇄한 것처럼 선명하고 깔끔하게 보여주지만 이미지의 경우 별도의 레티나 대응이 없으면 뿌옇게 나온다. 이 뿌연 정도가 딱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닌 일반 디스플레이에서 보이는 정도이련만, 이게 맑디 맑은 폰트와 결합되면 뿌연 느낌이 배가 된다. 그래서 굉장히 거슬리고, 굉장히 탁해보인다.



확대해서 보지 않으면 제대로 평가할 수 없음!



전용 앱의 경우 레티나를 지원하기 때문에 큰 문제는 없지만 일부 앱(심지어 트위터 공식 앱조차!)은 이미지와 더불어 폰트 마저도 뿌옇게 나온다. 그리고 가장 심각한 문제는 웹 서핑. 대부분의 웹페이지가 레티나에 최적화된 이미지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웹 서핑을 할 때 이미지들은 거의 모두 뿌옇게 보인다. 그러다보니 텍스트 위주의 사이트를 주로 방문하게 되는 어이 없는 습관까지 생기고 있다;


레티나 맥북 프로가 출시된지 얼마 되지 않아 디스플레이의 약점으로 '잔상' 이 거론되었는데 나는 아직 이 잔상을 겪어보지 못했다. 어쩌면 잔상이 생겼는데도 이를 모르고 지나쳤을 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잔상 문제는 특별히 예민하지만 않으면 큰 문제가 없는게 아닐까 추측한다.




가격만 극복할 수 있다면 레티나 맥북 프로를 질러라!


어째서 아직까지도 큰 사랑을 받는지 이해할 수 없는 엑티브 엑스를 버릴 수 없다던가 게임이 주 목적이라면 추천하기 어려운 맥, 하지만 텍스트 위주의 작업이 주를 이룬다면 과감히 레티나 맥북 프로를 선택하라고 권하고 싶다. 눈이 호강하는 것 하나만으로 '나는 보호 받고 있어. 나는 소중하니!' 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쓰는 내내 즐거운 노트북, 레티나 맥북 프로. 적극 추천!



신고

CATEGORIE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