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하이브리드 앱을 앱스토어 등록에서 제외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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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리드 앱은 핵심 내용 및 로직을 웹 기술로 구현하고 껍데기를 포함한 최소한의 부분 (대부분 웹 기술로 접근하기 어려운 센서, 파일 시스템 접근)만 네이티브 API를 이용하는 앱을 말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앱은 플랫폼(iOS/Android/Windows 8 등)에 대응하기 위해 최소로 사용된 네이티브 API만 대체하면 되므로 다양한 플랫폼에 적용하기가 쉬우며, 핵심 내용이 웹 서버에서 전달되기 때문에 내용 업데이트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아직 웹 기술은 네이티브 앱에 비해 성능이 떨어지고, CPU/메모리 등의 자원을 많이 소모하기 때문에 아직 좋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 페이스북 앱이 하이브리드 앱으로 구현되었다가 최근 네이티브 앱으로 전환되었는데 (물론 내부에서는 웹 기술을 여전히 사용하지만 그 비중이 이전에 비해 상당히 적어졌다) 변경 이전의 평점이 2 점 정도 밖에 되지 않고, 사용자 리뷰가 거의 모두 느린 성능을 언급한 걸 보면 아직 하이브리드 앱은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하이브리드 앱을 앱스토어에서 제외하는 건 너무 폐쇄적이다?


문장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렇다. 하이브리드 앱은 낮은 성능에도 불구하고 장점이 많다. 특히 플랫폼이 다양화되고 있는 요즘, 네이티브 앱을 고수하다간 유지보수, 새로운 플랫폼의 등장 속도 등을 따라잡지 못하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다. (사실 이 주장은 현재로써는 조금 억지다. 하이브리드 앱의 유지보수가 네이티브 앱 이상으로 어렵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제기됐다. 플랫폼 별로 지원하는 웹 기술이 다르고, 무엇보다 HTML5가 아직 확정된 표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플에 제제를 가하는 하이브리드 앱은 위에 설명한 그것이 아니라 '웹 브라우저만 띄워주는 무늬만 앱' 을 의미한다. 많은 기업들이 서비스 홍보를 위해 스마트폰 앱을 선호하는데 간혹 이런 앱 중에는 웹브라우저 하나 달랑 띄워놓고 스마트폰에 최적화된 자사 홈페이지를 보여주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앱을 애플은 제제한다. '그냥 웹 주소를 홍보하세요-' 




앱스토어는 이제 양이 아니라 질로 승부해야!


얼마 전 한창 디아블로가 인기를 끌 때 후배가 간단한 앱을 뚝딱 만들어서 애플에 제출했다. 그 당시 디아블로 서버가 종종 다운되고 있었는데 후배가 만든 앱은 블리자드 홈페이지에서 미국/아시아 등의 서버 상태를 추출해 화면에 '미국 서버 - 동작, 한국 서버 - 다운' 을 표시하는 아주 단순한 기능을 제공했다. 


결과는? 애플은 이 앱을 거절했다. 공식 이유는 'Very Not Useful'. 웹사이트에 들어가면 바로 볼 수 있는 정보를 굳이 앱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는 것이었다. 만약 이 친구가 푸시 알림을 이용해서 서버 상태가 변경될 때마다 알림이 오도록 개선했다면 앱스토어에 등록할 수 있었겠지만 'Very Not Useful' 이라는 말에 충격을 받아 그냥 지워버렸다.


애플의 이런 제제는 개발자에게 분명 큰 걸림돌이다. '이렇게 만들면 애플이 거절하진 않을까?' 라는 선택지가 있기 때문에 새로운 앱을 만들 때 항상 신경 쓰이게 된다. 그러나 거꾸로 생각해보면 이런 제제 덕분에 앱스토어는 양질의 앱으로 채워지고 있다.


얼마전 기사를 살펴보자.


관련기사: Apple Says Goodbye to Third-Party Emoji Apps


애플이 이모티콘을 제공하는 앱을 삭제하기 시작했다는 기사다. 오래 전 iOS는 내부에 이모티콘 폰트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방하지 않아 일반 사용자가 이모티콘을 사용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다. 이렇게 막힌 이모티콘 폰트에 접근해서 사용자가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앱이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iOS가 업데이트 되면서 이모티콘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선되었다. 설정에서 이모티콘 키패드를 추가하기만 하면 된다. 


애플은 더 이상 이모티콘 앱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숨어있는 판단 하나 더, 애플은 사용자가 최신의 iOS를 사용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최신의 iOS가 많이 배포될 수록 새로운 기능이 빨리 보급되고, 또 그래야만 개발자가 하위 호환성으로 인한 고생을 덜 할테니 말이다. (애플이 개발자 개개인의 고생을 걱정할 리 없지만, 개발자의 고생은 새로운 앱의 출시를 늦추고 이는 앱스토어를 신선하게 유지하는데 방해하며, 앱스토어의 신선도가 떨어지면 애플 기기 판매에 악영향을 미친다. 애플은 앱스토어 운영 수입이 거의 없고, 수익은 대부분 기기 판매에서 나온다)


나는 이러한 애플의 판단에 동의한다. 수 십만의 앱이 이미 앱스토어에 등록된 지금, 더 이상 양으로 앱스토어의 가치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이제는 질로 승부를 걸어야 할 때다. 아쉽게도 아직 구글은 양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글 플레이마켓에 들어가 test, hello 등으로 검색하면 정말 말도 안되는 앱들이 수 십, 수 백개가 검색되고 있다. 심지어는 안드로이드 개발 관련 서적의 샘플 코드들이 여러 명의 개발자들에 의해 중복 등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은 '플레이마켓에 등록된 앱이 70만개를 넘었다' 고 발표했다. 이건 더 이상 자랑이 못된다. (MS는 아직 등록된 앱이 너무 적으니 한동안은 양을 늘리는데 초점을 두어도 뭐라 할 말이 없다)




여담


애플의 제제가 다른 플랫폼에 비해 큰 건 사실이지만, 최근의 IT 기사들이 내보내는 '폐쇠의 애플' 논리는 다소 억지가 심하다. 수 년전 논란에 되었던 것들이 마치 최근에 벌어진 일인양 소개되는 것도 많다. (이 논란의 끝이 애플의 잘못이라고 해도, 그것이 국내에 발표되는 시기가 다소 정치적인 것 같다) 상황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애플 그거 되게 못된 놈이네' 라고 판단하기 딱 좋게 글도 잘 쓰더라. 


국내 IT 뉴스는 삼성/애플 팬페이지로 변해버렸다. IT = 스마트폰/패드 공식이라도 세운걸까? 어쩜 이리 카테고리가 편향적인지... 많은 아쉬움이 따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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