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미니, 직접 접하기 전 사진으로만 봤을 땐 '저거 좀 뚱뚱해보여' 라는 생각이 있었고 이미 뉴아이패드를 사용 중이기 때문에 따로 구매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 구매를 보류하고 있었다. 기존의 아이패드와 해상도가 다르게 나왔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만... 그런데 운이 좋아서인지, 아내 덕분에 아이패드 미니를 사용해볼 수 있게 되었다. 사내 동호회에서 지원하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아이패드 미니를 들고 온 것이다.


이미 개봉된 상태로 온 덕에 개봉기 따위는 없다. 뭐, 애초에 포장 하나 하나 뜯으면서 사진 찍고, '이뻐요-' 라는 글을 쓰는 건 나랑 잘 안 맞으니까. 이 글에서는 뉴아이패드 사용자로써 아이패드 미니를 접했을 때의 첫인상과 몇 개의 앱을 설치해서 사용해 본 느낌을 공유하고자 한다.



아이패드 미니 - 확실히 작지만 충분히 크다!


포장 박스부터 미니, 뜯어 보니 미니. 그렇다. 정말 작다. 적어도 아이패드, 아이패드 2, 뉴아이패드를 차례로 사용한 내게 아이패드 미니는 정말 작았다. 하지만 와이드 스크린이 아니어서일까? 크기는 기존의 아이패드에 비해 확실히 작아졌지만, '작아서 제대로 볼 수나 있겠어?' 하는 의심을 한 방에 날려버릴 정도로 컨텐츠를 즐기기에는 충분히 컸다.


그리고 정말 가볍다. 아이패드 2에서 뉴아이패드로 넘어오면서 늘어난 무게 덕분에 손목의 피로가 생각 이상으로 느껴졌는데, 그런 상황에서 미니는 정말 얇고 가벼운 종이 다이어리를 들고 있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두 손가락으로 모서리만 잡고도 충분히 버틸 만큼의 가벼움, 이 정도의 무게라면 버스 안에서 서서 아이패드 미니를 들고 영화 한 편을 끝까지 다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생각보다 얇다. 사진으로 본 아이패드 미니는 두꺼워 보였는데 실물은 그렇지 않다. 큰 사이즈의 아이패드 모서리가 많이 기울어진 타원형으로 라운딩 처리된 반면 아이패드 미니는 원형으로 라운딩되서 일까? 개인적으로 모서리 라운딩 처리는 기존의 아이패드가 더 예뻐보인다. 어쨌든, 얇아 보이지는 않지만 실제로는 얇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는 아니리라.



동일한 해상도, 미묘하게 다른 사용자 경험


아이패드 미니는 아이패드 2와 동일한 해상도를 갖는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한 뉴아이패드, 아이패드 4 역시 동일한 해상도로 동작한다. (여기서 해상도는 픽셀이 아닌 포인트 기준) 따라서 아이패드 전용 앱이 아이패드 미니에서도 동일하게 동작한다. 


수 많은 아이패드 전용 앱 덕분에 아이패드 미니는 포장지를 뜯고 앱스토어에 접속하는 순간부터 무시무시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로 변신한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는 폰/태블릿 간 디자인 규약이 형편 없어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폰에 최적화된 앱 디자인을 쭉 잡아당긴 어이없는 디자인을 경험하게 만드는데, 아이패드는 폰과 태블릿 간의 디자인 차이가 명확해서 훨씬 더 훌륭한, 완벽에 가까운 태블릿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아이패드 미니에서 가장 걱정이 되었던 것은 작은 크기에서의 디자인 괴리감(적절한 명칭을 몰라 내 마음대로 지었다. 절대 전문용어가 아니다)이다. 동일한 크기를 갖는 이미지 또는 폰트가 물리적으로 다른 크기의 스크린으로 보여질 때 이 차이는 얼마나 클 것인가? 


결과부터 말하자면 크기 차이에서 오는 괴리감은 걱정보다 훨씬 적었다.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아니기 때문에 생기는 글자의 가독성 문제를 제외하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아이패드, 아이패드 4, 레티나 맥북 프로 라인에서 볼 수 있는 훌륭한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채용하지 않은 것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 번도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접하지 않는 사용자에겐 큰 거부감이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데스크탑 모니터를 가까이 보는 정도) 한 번이라도 눈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에 적응해버리면 그렇지 않은 디스플레이를 봤을 때 엄청난 피로를 느끼기 때문이다. (레티나 디스플레이는 보고 있는 스크린이 모니터라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레이저 프린터로 출력한 종이를 보고 있는 느낌, 레티나 디스플레이가 제공하는 아주 훌륭한 사용자 경험이다)


우선 전자책 관련 앱의 경우, 상황에 따라 약간의 차이를 보였다. ePub 형식의 전자책은 (아이북스, 리디북스 등의 앱에서 사용하는 전자책 형식) 대부분의 앱에서 폰트 크기를 변경할 수 있기 때문에 일관적인 가독성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전작의 아이패드에 비해 휴대가 용이한 아이패드 미니가 더 높은 사용성을 보였다. 특히 아이북스의 경우 실행 초기에 한 화면에 보여지는 문서의 분량을 화면 크기에 따라 자동으로 적절히 조절해준 것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북스는 자동으로 한 화면에 보여주는 분량을 조절했다.


PDF 문서는 텍스트만 따로 확대할 수는 없지만 문서 전체를 확대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작은 스크린에서 문서를 확대해서 보다 보면 이리저리 스크롤을 자주 해야 하기 때문에 약간의 불편함이 따른다. 큰 사이즈의 아이패드는 기기를 가로 방향으로 하면 A4 종이를 세로 방향으로 했을 때의 가로폭 정도가 되기 때문에 확대/축소가 필요하지 않아 좀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매거진 앱의 경우 (대부분 뉴스 가판대에 통합) 많은 경우 아이패드 미니에서 아쉬움을 느낄 수 있었다. 페이지를 일부러 작게 복사해서 보는 느낌? 물론 아이패드 미니가 납득할 수준으로 가독성을 유지하면서 화면 크기를 줄였기 때문에 가독성이 아주 나빠지지는 않았다. 가벼운 무게로 인해 기기를 눈 가까이 옮기기 쉬운 장점이 매거진 앱의 사용자 경험을 더 나빠지지 않게 막아주기는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매거진의 경우 원본을 작게 복사해서 보는 느낌이라 조금 아쉬움이 남았다.


생산성 앱의 경우는 아이패드 >> 아이패드 미니! 크기가 작아진 만큼 화면에 나타나는 키패드 역시 작아졌다. 이로 인해 '풀사이즈 키보드' 는 사라져버렸다. 실제로 아이패드 미니로 문장을 타이핑하면 자연스럽게 자판 위치로 모든 손가락이 위치하기 보다는 기기를 들고 양쪽 엄지 손가락을 키패드 위에 얹게 된다. 물론 독수리 타법이 익숙해지면 사용성 저하를 크게 느끼지 않을테지만 그 전까지는 불편함을 겪을 것 같다. 다만 텍스트 보다 드로잉 위주의 작업이 주 목적이라면 반대로 휴대성이 더 큰 아이패드 미니가 더 나을 것 같다. 태블릿으로 드로잉을 한다는 것은 전문 미술 작업 보다는 아이디어 스캐치가 대부분일테니. 


작은 키패드 크기로 인해 양손 타이핑이 조금 어렵다.


멀티미디어 재생에 있었서는 아이패드 미니가 최고의 사용성을 보인다. 단순히 동영상만 재생해봐도 그 차이를 현저하게 느낄 수 있다. 영화 같이 집중을 요구하고 한 화면에 많은 내용이 포함된 영상을 재생할 때 아이폰은 너무 작고, 기존의 아이패드는 충분히 크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동안 꺼내서 보기에는 불편할 정도로 큰 것이 문제가 된다. (내가 웃기 전에 옆 사람이 먼저 웃는 경험, 지하철에서 아이패드를 꺼내 보다보면 한 번 쯤은 겪게 된다) 아이패드 미니는 화면의 복잡한 내용을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적절히 작고 가벼워서 영화 같은 동영상을 감상하는데 최고의 사용성을 보인다. 


뉴스 보기엔 최고!비디오 감상 또한 최고!


뉴스 관련 앱 또한 좋은 사용성을 보였다. 쉽게 휴대가 가능하고 (작은 핸드백에도 쏘옥 하고 들어간다) 어디서나 쉽게 꺼내서 들고 볼 수 있는 강점 때문에 뉴스에 대한 접근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폰 보다 큰 화면 크기 덕분에 텍스트+이미지+동영상의 복합 뉴스를 보기에도 적합하다. 



라이트닝 커넥터 - 좋아요 버튼이 있다면 몇 번이든 눌러줄테다!


아이폰 5를 시작으로 애플은 휴대 기기에 대해 커넥터를 변경했다. 라이트닝 커넥터라 불리우는 녀석인데 마이크로 USB와 비슷한 크기를 갖지만 위/아래 구분이 없어 아무렇게나 꽂아도 잘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내가 겪은 장점이라고는 단지 이것 하나 뿐인데, 이 하나가 정말 마음에 든다. 기존의 커넥터보다 휴대성이 좋아졌고, 마이크로 USB 보다 견고하게 연결되고, 위/아래 구분이 없어서 아무렇게나 꽂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편리함으로 다가온다.


다만 써드파티 커넥터 연결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TV나 프로젝터에 연결하기 위한 AV 커넥터와 SD 메모리 카드로부터 사진을 읽어오기 위한 카메라킷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애플은 기존의 커넥터와 라이트닝 커넥터를 연결하는 어뎁터를 출시했다. 하지만 이 어뎁터 가격이 후덜덜한게 흠이다. 라이트닝 커넥터를 이용하는 기기에 이 어뎁터를 포함했다면 훨씬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텐데, 많은 아쉬움이 따른다. (단점을 살펴보고 나니 좋아요 버튼을 몇 번이든 눌러주긴 힘들 듯. 세 번 정도 눌러주고 고민할 것 같다)



미디어 소비가 주 목적이라면 미니를 질러라!


만약 자신이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한 번도 접해보지 않은 상태에서 태블릿을 하나 고려하고 있다면 주저말고 아이패드 미니를 질러라. 시장에는 수 많은 태블릿들로 넘쳐나지만 아이패드 만큼 확실하고 견고한 앱 마켓을 보유한 곳은 없다. 구글 앱 마켓이 70 만개 이상의 앱을 보유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디자인 가이드라인이 명확하지 않은 관계로 태블릿에서 썩 좋은 느낌을 받지 못한다. (대부분의 안드로이드 앱이 폰 크기에 맞춰져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서피스를 시작으로 윈도우 8 RT를 선보였지만 부실한 앱 마켓과 검증되지 않은 하드웨어로 인해 아직은 추천할 수 없다. (윈도우 9이 나올 때 쯤 다시 평가할 예정이다. 나는 윈도우 8을 실패작이라고 본다)


만약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한 번이라도 접했다면 기다려보자. 애플은 꾸준히 레티나 디스플레이의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그래서 당연히 앞으로 출시할 새로운 아이패드 미니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를 장착할 것이다. 만약 분량이 많은 전문 문서를 읽기 보다는 적은 분량의 가벼운 글을 주로 읽고, 읽기보다 시청에 중점을 두고 있다면 매장에 가서 실제 기기를 살펴보고 난 후 구매할 것을 권장한다. (동영상 시청이 주 목적이라면 지금의 아이패드 미니는 최고다)


아이패드를 이미 보유하고 있다면 일단 보류하자. 새 제품에 열광하는 것도 좋지만 자신의 기기를 한 번 더 되돌아 볼 것을 권한다. 아이패드 미니와 기존의 아이패드가 동일한 앱을 동작시킨다고 해서 사용자 경험이 동일할 것으로 기대하면 안된다. 단지 크기만 작아진 것 같은 아이패드 미니는 기존의 아이패드와 분명하게 다른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자신이 어떤 목적으로 태블릿을 활용하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기기를 바꿀 것. 매장에 가서 실물을 보고 꼼꼼히 확인하고 난 후 결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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