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영화를 좋아한다. 특별히 기승전결을 나누기 힘들다거나, 별다른 사건은 없지만 세세한 부분을 캡쳐하는 장면들이 가득한, 그런 영화를 말이다. 그래서 그런지 주로 미국 영화보다는 일본 영화를 즐겨보는 편이다. 아무래도 미국 영화는 시끌벅적하니까... 내가 원하는 잔잔함은 주로 일본 영화에서 많이 발견되는 편이다.

오늘은 "불꽃놀이, 아래에서 볼까? 옆에서 볼까?" 를 봤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초기작 계열로 원래 TV 방영작인데 인기가 좋아서 극장에 걸렸다고 한다. 그런 경우도 있구나 싶었다.

처음으로 주인공이 죄다 꼬마들인 영화를 봤다. 음, 처음이 아닌가? 어쨌든... 철저히 애들 시점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이 상당히 맘에 들었다. 최근엔 여주인공이 벗지 않으면 영화 잘 안보는 성향이 짙었었는데 간만에 고해성사라도 한 기분이다. 지루했을 법한 색감이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쏘아올린 불꽃을 옆에서 보면 둥글까? 납작할까? 애들스런 질문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지나가는 행인 1, 2에게도 질문을 던지며 끝내 자막과 함께 불꽃을 쏘아올리기 전까지 아무도 대답하지 못한다. 뭘 그리 당연한 걸 갖고 싶지만; 애들이 애들스럽게 해답을 찾으려는 노력이 참 재밌다. 영화를 보는 메인 포인트? 글쎄다. 사실 진짜베기 메인 포인트는 따로 있지라.

주인공 노리마치, 나즈나(진짜 이쁘다. 별첨 #1)를 짝사랑 하는 이녀석이 영화 중반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 여기까지는 독특한 전개라고 보기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보통 이런 상상의 나래는 얼마안가 현실과 부딪혀 주인공이 좌절하고 땅을 파다가 비맞고 집에 가기 마련인데... 현실과 상상의 무경계. 중반부터 시작된 노리마치의 상상은, 결국 상상으로 영화를 마친다.

나이를 먹고도 상상의 나래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는 나는, 이 부분이 굉장히 맘에 들었다. 어설피 상상하다가 현실에 부딪히는 뻔한 전개는 싫다고. 누구나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 만약 내가 ??했다면.... 하고 결론까지 치닫는 상상은 누구나 한번쯤 해보았을 터. 그래서 영화의 결말은 짜증이 아니라 오히려 즐겁게 받아들여진다. 그의 상상으로 막을 내렸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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