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영화다.
내 생에 가장 인상 깊은 영화를 만들어낸 감독. 그렇다. '섬'의 감독이다. 글쎄... 내 주변에서는 대부분 그다지 좋게 보지 않는 영화인 듯 싶지만 이 영화만큼 내게 커다란 충격과 시야를 가져다 준 영화는 아직 없었다. 이때부터 나는 영화를 볼 때 감독이 누구인가도 함께 보게 되었다.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 제목이 참 길다. 영제가 SPRING AGAIN 으로 되어있었다. 김기덕 감독의 작품이기에 무조건 보고 싶었던 영화... 영화를 보러가서 처음으로 놀란것은 '15세 이상 관람가' 딱지. 김기덕 작품에 15세 관람가가 있었던가? 정말 의아했다. 이 감독은 유난히도 자신의 성향이 강하고 항상 똑같은 신념으로 영화를 만들어서 당연히 성인등급일거라 생각했는데 15세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를 보자. 이 영화의 무대는 과거 '섬' 마냥 무척 제한적이다. 첩첩 산중 속 연못에 떠 있는 사찰... 처음 그 장면을 보는 순간 전 관객이 탄성을 자아냈다. 정말 아름답고 한 폭의 그림같다. 물 위에 고정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떠 있는 것이다. 물 위에서 움직일 수 있는 그런 사찰이라는 것이다. (영화는 이 무대를 위해 3억원을 쏟아부었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이 무대가 국립공원에 제작된 것이어서 자연환경을 위해 철거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정말 아쉽다.)

# 문

영화에서의 '문'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담과 문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영화를 보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영화엔 문은 있지만 담은 없다. 사찰 입구가 그렇고 사찰 안이 그렇다. 나름대로 정의를 내려보자면 문은 그리로 지나야 하는 어떤 양심의 법 같은 것이고 담은 무엇을 막아야하는 수단이 아닐까... 사찰 안의 문이 그렇다. 문만 달랑 붙어 있으니... 옆으로 돌아가면 될 것을 꼭 문으로 다닌다. 코메디마냥... 그러나 그것이 그러한 것이다. 문이 아닌 옆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린 승이 욕심에 휩싸였을때 뿐이다.

# 봄여름가을겨울

사람의 인생을 봄여름가을겨울로 묘사했다. 여기서 겨울은 삶의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완성을 그렸다. 그러나 겨울 다음이 봄이기에... 완성과 동시에 새로운 업이 생겨난다. 그렇게 삶은 되풀이된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 김기덕

영화 자막이 올라가는 동안 발견한 이름엔 출연배우에 김기덕이 있다. 어랍쇼?
겨울... 죄값을 치르고 돌아온 승이 감독 김기덕이다. 영화에서 그는 삶의 완성을 그리고 있다. 봄에 저지른 업을 반성하는 양 돌을 끌고 산을 오르는 장면은 꽤 인상적이다. 심신의 수련 정도로 보면 되겠지만 봄의 업을 반성하는 과정이 포함되어있는 것 같아 조금 색다르다. 그것이 김기덕이기에 더 색다르다. 김기덕은 이 장면을 연기하면서 어떤 의미를 담고 어떤 의미로 연기했을까...?

# 반야심경

죄를 지은 승에게 사찰 바닥 한가득 적힌 반야심경을 칼로 파게 하는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 내내 글씨를 파며 그 승은 과연 속죄를 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니면 무의식에 그냥 글자를 파고 있었던 것일까... 영화는 어떤 반성의 모습을 보이기 보다는 무의식에 글자를 파는 모습을 담았지만 그것은 보이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것이... 역시 이 영화의 매력이랄까...

# 다비식

불교의 한 장례법이라고 한다. 겨울이 오기전 노승은 스스로 목슴을 끊는데 어린승의 자살 시도때와 마찬가지로 눈과 코와 입과 귀를 막는다. 어떤 한자가 적힌 창호지로 막는데... 이 글씨를 모르겠거니와... 이런 장면이 두번이나 나와서 마치 무슨 의식의 하나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했다. 가볍게 검색해본 결과로는 불교의 장례식이 다비식이라는 것을 알았을 뿐... 눈코입을 막는 그 장면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나름대로 생각해보건데... 속세와의 단절을 뜻하는게 아닐까 싶다.

# 사랑이냐 집착이냐...

사랑을 하게되면 집착을 하게된다... 이것은 수학공식마냥 정확한 것은 아니다.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한다. 영화는 그것을 극단적으로 표현했지만... 사랑에 집착이 어느정도는 따르기도 하지만 그것이 반드시 그렇게 극단적이지만은 않을 것이다.

불교영화같은 느낌에 느린 템포... 사계절 다르게 등장하는 한가지 동물은 뭔가 의미가 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냥 무심코 흘려보내는 것은 이 영화를, 김기덕 영화를 정말 재미없에 보는 것은 아닐까... 김기덕이니까, 그가 만든 영화이기에 영화는 내내 사색을 해야하고 스스로 의미를 찾아야한다. 그것이 그의 영화를 진짜 재밌게보는 방법이고 그의 영화를 멋지게 평가하게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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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돌도사 2006.07.31 06:07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입에 가린 한자는 폐자입니다. 닫을 폐. 모든 것을 막는다는 듯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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