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거창하다.
괜히 어려운 단어를 찾아서 짜맞추는 것을 왠지 즐기나보다.

한 사내가 길을 걷고 있다. 매우 바쁘다. 휴대폰으로 이곳 저곳 전화를 하는데... 잘 들어보니 매니저인가보다. 능수능란하게 상대방을 조종하는걸 보면 고단수다. 전화를 끊고 그는 전화박스를 향한다. 결혼 반지를 빼두고 애인에게 전화를 건다. 전화를 끊고 나가는 찰나 전화가 걸려온다. 전화를 받는다. 영화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절제된 배경으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방식의 대표주자는 뭐니뭐니해도 <큐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큐브는 하나의 세트라고는 하나 사방의 문을 통해 이동하므로 공간의 제약이 아주 극단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우리나라 영화에 <섬>이 있다. 낚시터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강 위에 떠있는 터와 낚이터 입구, 물 속 등 시점의 변화가 자주 있다. 그러나 <폰부스>는 다르다. 완벽하게... 영화의 시점은 오로지 폰부스이다.

영화의 촬영 기법은 참 독특하다. 앞서 말했듯 내내 폰부스를 중심으로 찍고 있다. 그러나 이야기 전개상 폰부스만을 다룰 수는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통화를 한다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내비쳐야한다거나... 그러나 이런 상황을 독특한 기법으로 묘사한다. 메인 카메라는 폰부스를 (또는 폰부스로부터) 향하고 있고 필요한 이야기는 작은 화면으로 중간에 끼워넣는다. 관객은 폰부스의 상황을 놓치지 않고 주시하면서 동시에 다른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는 영화가 시작과 동시에 실시간으로 전개될 수 있게 한다. 과거의 회상으로 현재가 잠시 멈춘다거나 시간을 건너뛰어 미래로 넘어가지 않는다. 영화에서의 1초는 관객의 1초와 같다. 이로써 관객은 이 사건의 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착각을 하게 된다.

시나리오는 아주 높은 점수를 주진 못하겠다. 스스로 심판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주인공을 심판하는 내용... 어떻게보면 다분이 만화적이다. 조금만 헐리웃액션이 포함됐으면 유치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의 촬영 기법과 진행 방식이 이 시나리오를 최대한 좋게 평가할 수 있도록 포장한다.

정말 다른 평가가 필요없다. 영화 내내 실제 그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착각에 빠지게 만드는... 이것이야말로 이 영화의 매력이고 장점이다. 사건의 긴박함이 저절로 몸에 스며든다. 멋진 배경음악도 필요없을 정도로 빠져들게 하는 영화. <폰부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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