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다찌마와 Lee>, <피도 눈물도 없이> 등... 액션 영화를 고집하는 그가 내놓은 신작 <아라한 장풍대작전> 광고만으로도 상당히 색다른 느낌을 선사하는 이 영화가 내 눈길을 끌었다. 개봉 당일에 보려했건만 시험들이 늘어지는 바람에 당일에 못봤다.

류승완 감독은 액션 영화를 액션스럽게 찍고 싶어하는 열망이 가득한 사람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다찌마와 LEE> 는 액션에 대한 열망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를 통해 그가 그리는 액션이 현실적으로 납득이 가는, 그러면서도 파워풀하고 시원한 스케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번엔 어떤 액션을 보여줄까? <아라한 장풍대작전> 은 <다찌마와 LEE> 가 보여준 과장된 액션과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에서 보여준 현실적인 액션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영화적 배경을 갖고 있기에 내 기대감은 굉장히 컸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의 배경은 감독의 탁월한 선택이었고, 액션은 최고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영화의 배경은 현재의 서울이다. 미래의 서울도, 과거의 서울도 아닌 현재의 서울이다. 다분히 현실적인 이 배경에 감독은 도인들을 등장시킨다. 이 언밸런스한 등장은 자연스럽게 유머로 이어져 관객이 비현실성에 대해 의문을 품기 전에 웃음과 유머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게다가 도인들이 등장함으로써 영화는 현실적인 공간에서 SF 적인 액션을 구사할 수 있는, 매트릭스가 아닌데도 하늘을 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든다. 정말 탁월한 선택이다.

이 탁월한 선택을 단지 선택으로만 머물지 않게 하기 위해선 그만큼의 가능성을 충분히 활용해야하는데 감독은 그것을 아주 훌륭히 해냈다. 류승범과 윤소이의 액션도 화려하지만 안성기를 비롯한 원로배우들의 액션 또한 만만치 않다. 그들의 액션 연기는 아주 훌륭했다. 게다가 화려한 카메라워크는 이 훌륭한 액션을 한층 끌어올려 여태 보지 못한 스펙타클한 액션을 보여준다. 잘 짜여진 컷과 편집, 적절한 주밍은 액션을 한층 화려하게 포장한다.

액션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타격감이다. 액션 장면에서 타격감은 굉장히 중요하다. 타격감으로 인해 액션을 눈과 귀 뿐만 아니라 몸으로도 느낄 수 있게되고, 그로인해 스릴과 흥분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버추얼 파이터와 소울 칼리버를 플레이해본 사람은 금방 알아들을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점에서 상당히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실로 굉장한 타격감이다. 영화 중만에 류승범이 술집에서 깡패와 싸우는 장면이 있다. 정말 속 시원하게 때리는 이 장면은 오래 끌어도 질리지 않았을 것 같은 명장면 중 하나이다. (팝콘 먹으면서 떠드는 옆사람을 패고 싶은 생각이 울컥 든 것도 이때였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의 액션 장면을 보다보면 매트릭스와 홍콩 무협 영화가 스리슬쩍 되리에 스친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 매트릭스는 그래서 지루했구나, 아.. 홍콩 영화는 그래서 가벼웠구나..." 영화를 본 사람은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 영화를 통해 매트릭스와 홍콩 무협영화에서의 액션 장면이 어떤 문제를 갖고 있는가를 논하는 것은 굉장히 쉬운 일이다.

이 영화는 액션 외에 또하나 주목할만한 특징이 있다. 그것은 여성의 역할이 남성과 완전히 동일한 위치에서 그려졌다는 것이다. 007 시리즈나 성룡 시리즈를 보면 여자가 하는 일이라곤 거의 미인계로 먹고 사는 스파이에 불과하다. 그나마 킬빌에 와서야 여성이 주도하지만 이건 이 여자 한 명이 주인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의 대상에서 제외된다. 남녀가 동시에 주인공인 경우 대다수의 영화에서 여성의 역할은 조미료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라한 장풍대작전> 에서 윤소이의 역할은 여태의 영화들이 보여준 것과는 전혀 다르다. 윤소이 역은 남성의 싸움에 조미료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영화 전반에 걸쳐 액션을 주도한다. 일반적인 영화가 여성을 보호의 대상이면서 수동적인 인물을 나타내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여성을 공격적이고 자기 주장이 뚜렷하며 진취적인 인물로 나타낸다.


<아라한 장풍대작전>



화려한 액션과 촬영 기법, 배우들의 열연, 여성 인권 상승, 절제된 욕설 (거의 나오지 않는다) 등을 굳이 파악하지 않더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액션에 주먹을 불끈 쥐게 만드는 그거 하나만으로도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아주 잘 된 영화다. 또한 현실과 SF 를 적절히 퓨전시킨 영화의 배경은 매우 신선한 느낌을 준다. 매트릭스와 홍콩 무협 영화에 찌들어 더 이상의 액션은 없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 물론 안 그런 사람도 봤으면 좋겠다. 후회없는 아주 재밌는 영화임이 틀림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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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hyjune 2009.08.18 18:25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이거 좀 최고!

    • semix2 2009.08.20 09:22 ADDRESS | MODIFY/DELETE

      이거 정말 최고죠! 우리나라 영화 중에서 액션이 이렇게나 호쾌한 영화가 또 어디있을까요- 정말 시원시원하고 즐겁게 본 영화였습니다. 소재도 특이했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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