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껏 영화 중에서 가장 나에게 충격적인 메세지를 던진 영화가 김기덕 감독의 <섬> 이다. 그래서 그런지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항상 애착이 간다. 꼭 봐야겠다는 의무감 마저 든다. 시간이 맞지 않아 영화관에서 보지 못했지만 어제 DVD 를 빌려서 보게되었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머리를 비워야한다. 상식을 버려야한다. 영화 초반을 지나 "아.. 이 영화의 주제는 [사랑] 이구나" 라고 생각했다면 그 후 바로 해야 할 일은 [사랑] 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무시해야한다. 그의 영화는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그 단어의 의미를, 이미지를 다른 방향으로 묘사한다. 영화 <나쁜 남자> 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이 사람의 영화를 보기 위해선 상식을 버려야한다. 특히 주제가 되는 단어의 의미를 향하는 나의 상식을 버려야한다. 사마리아를 보는 동안 나는 [사랑] 과 [용서] 에 관한 상식적인 의미를 버렸다. 그렇지 않고선 영화를 이해하기 힘들 뿐 아니라 가끔은 어지럽거나 역겨울 수도 있을 것이다. 그의 영화는 그렇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부터 김기덕 감독의 영화는 순해지고 있다. <섬> 이나 <나쁜 남자> 의 경우처럼 힘차게 몰아치지 않는다. 천천히 조금 덜 자극적으로 다가온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전의 작품처럼 힘차게 몰아치는 느낌이 더 좋았다. 정신을 쏙 빼놓고 영화가 끝난 후에도 강한 여운을 남기던 그 영화들이 더 좋았다. 그런 점에서 <사마리아> 는 조금 약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꽤 좋은 영화라 생각한다. (일면의 편견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앞서 나는 이 영화의 코드를 [사랑] 과 [용서] 로 해석했는데, [사랑] 보다는 거의 [용서] 의 이미지가 더 가깝다고 본다. 어쩌면 [용서] 와 [복수] 일지도 모른다. 주인공 '여진' 원조교재는 그녀가 생각하는 [용서] 의 한 방법이다. 그녀가 생각한 최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시선, 아버지의 행동은 [사랑] 과 [복수] 의 경계에 아슬아슬하게 놓여있다. 영화는 다소 빠른 템포로 이들의 이야기를 전개한다.

아버지의 [용서] 는 영화 후반에 들어 그들만의 여행을 떠나면서 시작된다. 진흙에 빠진 차를 빼내는 딸, 그렇지 못한 아버지... 작품의 미장센은 순식간에 모든 답을 해결하려든다. 하지만 후반부의 템포가 느려지면서 관객에게 의미를 되새길만한 여유를 남긴다. 감독이 즉흥적으로 수정했다는 영화의 엔딩 - 차가 진흙에 빠져 더 이상 따라가지 못하는 딸 - 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초안대로 검문소에서 멈춰 그것을 사회적인 문제로 해석하려했다면 영화를 너무 조잡하게 만들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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