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영화제는 이미 폐막했지만 깜짝상영인가..라는 명목으로 폐막 후에 인기작 (재훈이 말로는 대부분 수상작) 을 재상영하는데 그 중 한편이 이노센스였다. 나는 운좋게, 그리고 좋은 친구 재훈이 덕분에 이노센스를 예매해서 볼 수 있었다.

부천영화제이지만 부천역 바로 다음역에서 내려서 갔다. 아닌가? 다다음역인가? 축제는 이미 폐막했기때문에 다소 조용한건가 싶었지만 재훈이 말로는 원래 부천영화제는 축제 분위기가 부족하단다. 역 앞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상영관까지 직행했다. 셔틀버스에선 생수를 무료로 준다. 달라고 하자.

상영관에 들어가니 사람이 적다. 이노센스에 거는 기대에 비해 관객이 적어 의아했지만 이노센스측에서 관객수 제한과 상영 제한을 걸었다는 설명을 듣고 아~ 그렇구나 했다. 철저히 모든 촬영의 금지를 당부하는 모습과 더불어 참 비싸게 구는구나 싶었다. 자리가 많이 비어있는데도 현장 예매를 거부했으니...

영화가 시작했다. 영화의 줄거리를 나열해봤자.. 알아들을 사람 몇 없을 것 같고 간단한 감상을 남긴다. 영화는 공각기동대 극장판 1기의 이후를 다룬다. 영화 시작에 나오는 자막이 그런 내용이다. 영화가 시작하면 1기와 마찬가지로 전통음악 (엔카라고 하던가?) 이 배경에 깔리며 인조인간의 공정 과정이 나온다. 공각기동대의 코드가 된 듯 한 장면이다. (단지 두편만이 제작되었을 뿐인데) 음악은 전작에 비해 약간 낮게 깔리지만 그 중후함은 더 화려하다. 영화 전반에 걸쳐 사운드는 일품이다.

시작부터 벌어지는 입... 전작에서 CG를 알게모르게 사용하고, TV 판에서 (비록 오시이마모루가 작업하지 않았지만) 탈 것, 기구 등에 티나는 CG를 사용한데 이어 이노센스는 둘의 조합을 완벽히 이루었다. CG임이 티나는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고, 전작에 비하면 과도하게 사용되었지만 그 분위기를 깨지않는... 게다가 CG의 전형적인 문제인 무게감은 완벽한 사운드로 커버해버리니... 입이 떡하고 벌어질 수 밖에...

하지만 뭐랄까... 메트릭스 꼴이 되지 않았나 싶다. 너무나 황당할만큼 완벽한 CG가 너무 남발되었달까? 중반부터 조금씩 놀라는것에 적응해가며 식상해질 위험에 처한다. 차라리 영화 전반에 아주 가끔씩 CG를 등장시켜 "이 기술은 너무나 어렵다, 하지만 아주 완벽하다" 고 말해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 너무 완벽하고 굉장한 CG가 자주 등장해서 놀람이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바보...

하지만 단점이라고 지적하기엔 너무 아깝다. 이것은 정말 전세계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가장 완벽한 CG를 보인다. TV 판의 CG만 떠올려션 안된다. TV 판의 CG는 이것을 위한 실험이 아니었을까? (아.. 물론 감독이 틀리기 때문에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적어도 감독을 제외하고 보면 이런 느낌이 든다) CG 자체에서도 어느정도의 무게가 느껴지고 그것을 증폭시키는 사운드는 뭐라 흠짓내면 나쁜놈될만큼 굉장하다.

그러나...

시나리오만큼은 지적하고 넘어가야겠다. 전작이 보여준, "인간을 인간이라 정의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같은 심오한 주제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과 가능성은 많이 죽었다. 가장 큰 문제는 영화의 주제가 쉽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애완동물, 자식의 인형놀이, 고스트..." 등의 짧막한 단어가 스쳐지나갈 뿐, 시종일관 고어를 남용해 어렵게 포장하느라 그것을 이해하고 정리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 TV판 1기의 마지막회를 영화 전반에 걸쳐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또한 99분의 플레이타임동안 이어지는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늘어진다. 전작이 커다란 주제의 전개를 잘 조립하고 압축시켰던 느낌을 준 반면 이노센스는 작은 전개를 억지로 늘리고 비비 꼰 느낌이다. 감독 특유의 복잡한 장치는 남발하는 고어에 파묻혀 무엇이 장치인지 햇갈리기만 한다. TV 판의 한회분에 해당할만한 내용이었다는게 시나리오에 대한 내 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노센스는 돈주고 볼만한 영화라 확신한다. 전작에 많이 밀렸지만 그래도 훌륭한 소재를 다루고 있으며 그것을 전개하는 영상과 사운드는 (영상이 사운드를 포함하나?) 여태 상상도 못한 장면을 연출한다. 매트릭스 2를 떠올리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다소 지루한 전개와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는 시나리오, 하지만 현존하는 최고 기술이 이루어낸 궁극의 영상!! 그렇기에 한번은 봐두어야할 영화라 생각한다.



여담:

여담이지만... 영화 전반부에 한글이 종종 등장한다. 처음엔 네트워크상에 표류하는 정보로 완성형 한글로는 구현할 수 없는 뷁 같은 글자들이 지나가고 어느 거리의 표지판에 한글로 된 문장이 흐르는가하면, 전개상 핵심이 되는 책의 (오해의 소지가 다분한데 책의 내용이 핵심이 아니다. 책이 핵심이다. 책 사이에 사진이 껴있다) 내용이 한글이다. 영화 전반에 걸쳐 중국어가 가장 많이 등장하고 일어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여담 2:

전작도 그렇듯, 공각기동대 시리즈는 한번의 관람으로는 제대로 이해가 불가능하다. 공각기동대 극장판 1기의 경우, 나는 그것을 네 번이나 봤다. 적어도 세번째에 이르러 이 영화가 얼마나 어렵고 생각할만한 주제를 다루고 있고, 그것을 굉장히 흥미진진하게 전개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노센스의 경우 그 주제가 다소 여러가지여서 가뜩이나 어려운 영화가 다소 산만해 진 것 같다. "왜 인형을 필요로 하는가?" "인간은 왜 인간을 닮은 인형을 만드는가?" "행복한가?" "무엇을 위해 사는가?" 등... 전작에 비해 말하려는 주제가 좀 산만한 건 사실이다. 이노센스를 두어번 더 보고나면 시나리오에 대한 평가가 좀 변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그 전개가 TV판 한회분 같다는 평가에 대해선 변함이 없을 것 같다.
  1. 물꼬 2006.01.17 11:06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좋은 감상평 잘 봤습니다 ^^; 적절한 지적이시네요, 티비판 한 회분 같다는 것.. 저는 티비판은 안 봤습니다만, 이번 '이노센스'의 시나리오가 많이 부족한 느낌이라는 건 공감했었습니다. 블로그 잘 보고 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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