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영체제 개발은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는 것은 어떤 기능들을 조합하여 사용자에게 유용한 도구를 만드는 것이며, 방금 말한 그 어떤 기능들은 바로 운영체제로부터 제공된다. 따라서 운영체제는 응용 프로그램이 시스템의 다양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 전반에 걸친 기반 인터페이스를 제공해야 하며, 이 인터페이스를 실질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이러한 인터페이스는 운영체제마다 독자적으로 설계된다. (나는 왜 아직도 이에 대한 국제 표준이 없을까 생각한다) 우리가 MS 윈도 어플리케이션을 리눅스에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내에서 운영체제를 개발한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데스크탑 시장은 이미 MS 윈도우, 리눅스, 레오파드가 꽉 잡고 있고, 그것들은 현재 매우 훌륭히 아주 잘 동작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운 운영체제로 시장에 발을 내민다는 건, 글쎄, 애국심을 끌어내어 어떻게든 밀어보려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다소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티맥스 윈도 스크린샷


어쨌든, 베일에 쌓여있던 티맥스 윈도가 드디어 대중 앞에 공개되었다. 사전 등록은 되어있었지만 요즘 운전면허 학원을 매우 열심히 다니고 있는 관계로 아쉽게도 나는 참석할 수 없었다. 대신 학교에 와서 중계 방송을 통해 발표 후반 부분, 즉 오피스와 스카우터를 볼 수 있었는데 후반부 감상평을 잠깐 하자면, 그것은 발표라기 보단 전공 강의였다. 이미 MS의 훌륭한 것이 있고, 티맥스 역시 그것들을 모방한 것이기에 시연 자체가 갖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 개발자들은 이렇게나 어려운 걸 만들었다며 그렇게나 어렵게 강조할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모방은 창조의 어머니라고 하는데, 티맥스가 보여준 시연에서는 그 어떠한 창조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티맥스 윈도의 실체가 드러나자 우려는 우려대로 남았고, 강점인지 약점인지 모를 또다른 어떤 것이 생겨났다. 그것은 바로 호환성, 티맥스 윈도는 MS 윈도와 리눅스 API에 대한 호환을 약속해버렸다. 이것은 내가 세상에 기대하는 운영체제 API의 표준화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표준화란 현재 다른 모습을 하고 있지만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대상들에 대해 그것들을 통합하여 일관된 하나의 모습으로 도출하는 과정이며, 이렇게 도출된 결과는 향후 모두가 지켜야 할 약속이자 의무로 작용한다. 그러나 티맥스 윈도는 고유의 API를 설계하고, 그것을 MS 윈도와 리눅스 API에 호환되도록 각각에 대해 어댑터를 구현하였다. (발표자료를 보니 이것을 복합 API 구성이라고 부르는 듯 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복합 API 구성은 크디큰 강점으로 작용한다. 왜냐하면 어떤 응용 프로그램을 구동하기 위해 특정 운영체제에 맞출 필요 없이, 운영체제가 대상 응용 프로그램에 맞춰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자. 티맥스는 호환성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그 호환성을 유지해야만 한다. MS 윈도가 전혀 새로운 API를 새로 추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티맥스는 부랴부랴 그것을 구현해야만 한다. 만약 새로운 API를 구현하는 유일한 방법에 특허가 걸려있다면 어떻게 될까?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진다. 티맥스는 MS 윈도와 리눅스 커널 API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해야만 하고, 변화가 생길 때마다 신속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종속 구조는 결국 평생 발목을 잡을 것이고, 뒤늦게 호환성을 포기해버려야 하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티맥스 윈도 커널 자체가 갖는 강점은 분명이 있겠지만 (마이크로 커널과 운영체제 수준에서 DB를 적극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은 크게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은 내내 MS 윈도와 리눅스에 묻힐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겉으로 드러나는 운영체제의 피부가 바로 API이기 때문이다. 만약 티맥스가 고유의 훌륭한 API를 설계했다고 해도 그것은 문제가 된다. 티맥스 윈도 고유의 API를 이용하여 구현된 응용 프로그램은 티맥스 윈도에 종속되고, 따라서 그 응용 프로그램은 결국 티맥스 윈도를 설치한 사람에게만 판매가 될 테니까. 티맥스 윈도의 시장 경쟁력, 그리고 앞으로의 시장 점유율을 생각해볼 때, 티맥스 전용 응용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기업은 과연 몇이나 될까?

운영체제 시장은 매우 오래 전부터 소수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발전해왔으며, 매우 안정적이고 훌륭한 퍼포먼스를 기반으로 이제는 커널의 고유 기능보다도 UI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제 막 시작한 티맥스 윈도는 그저 어린이가 호기심에 발버둥치는 것에 불과할 지도 모르겠다.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아직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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