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우 XP는 정말 실망적인 운영체제라고 생각한다. 몇 시간도 안되어 느려지는 컴퓨터를 보면, 내가 뭘 잘못했나 싶게 만드는 운영체제가 또 어디 있으랴. 그런 면에서 XP는 사용자 경험이 최악이라고 평가해도 그네들은 뭐라고 할 말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XP 전용 프로그램이 있는 걸 보면 신기하다. 주로 외국산 드라이버, 개발킷들에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데, 이네들은 사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별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주 개발 운영체제를 리눅스로 잡고 있는 경우가 많고, 또한 그마저도 예전 버전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들은 어쩌면 가장 실용적인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잘 돌아가는 운영체제를 뭐 하러 바꾸나요? 맞습니다. 누구나 얼리어뎁터가 될 필요는 없지요.

학내 라이센스는 현재 윈도우 비스타까지 포함하고 있다. 윈도우 비스타는 첫 설치부터 든 인상이 '이거 꽤 견고한데?' 였다. 무리하게 이것 저것 띄워도 그 흔한 블루스크린 한 번 안보여주는 막강함에 드디어 MS도 정신을 차렸나 싶었다. 그런데, 왜 니네들은 니네가 만든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호환성 문제를 보고하는 것이냐! 비주얼 스튜디오를 설치하니 호환성 보고부터 하고 있으니. 거지같다고 평가했던 XP도, 사실은 수 많은 호환성 테스트를 거친, 어쩌면 그래서 더 불안정한 상태가 되어버린 그런 녀석이었는데, 비스타는 그 호환성에 일침을 가한 듯 하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으리라. 그렇지 않고서는 운영체제가 꼬졌다는 오명을 또 써야 하니까.

윈도우 7 RC부터 꽤 오랜 기간 사용해봤는데, 물건은 물건이더라. 일단 사용자 인터페이스에 대한 획기적인 개선이 눈에 띤다. 수퍼바라고 불리는 녀석은 한 번 맛들이면 도저히 그 이전 버전의 테스크바로 돌아가고 싶지 않게 만든다. 번쩍번쩍 화려한 3D 효과는 사실 필요 없다. 단지 그 이면에 숨은, CPU가 아니라 그래픽 카드로 창을 그립니다- 서비스가 유용한 것이다. 비스타부터 도입된 에어로는 쓸데없이 현란하기만 할 뿐 시스템을 느리게 만들 것이라는 오명을 받았는데, 그건 전적으로 MS가 광고를 잘못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에어로를 켜야 더 빠른 사용자 경험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학교인지라. 불법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안되고, 시험판 같은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기에 다시 비스타로 내려왔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억울했다. 왜 우리의 선택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MS가 되는 것일까?

하드 한 쪽을 밀어내고 우분투를 설치했다. 투박한 첫인상에 일단 감점. 못생겼다고 해야 하나...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일단 내 개인적인 인상엔 별로 였다. 그래도 다행인건, 역시 리눅스랄까. 개방과 표준이라는 오픈소스 정신 덕분에 운영체제의 겉모습을 완전히 뒤집을 수 있었다. 프랑스제 테마를 깔았더니 정말 세련된 모습으로 변신하더라. 좋아. 이젠 합격점을 주마.

그런데 설치 후 얼마 되지 않아 커다란 문제에 봉착했다. 리눅스에서는 당연한 얘기겠지만 MS 오피스가 돌아가지 않는다. MS가 줄기차게 밀어서 결국 문서 표준을 표준화하는데 성공했지만, 아직 오픈 오피스가 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듯. 워드 문서가 원래의 모습대로 보여지질 않는다. 폰트 문제도 심각했다. 어찌된 영문인지 리눅스 한글 폰트는 가독성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거기다 우리에게 익숙한 돋음, 굴림체 등은 볼 수 없었다. 약간의 편법으로 윈도우 폰트를 끌어오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문서 자체를 원래의 모습으로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 밖에도, 리눅스는 태생이 콘솔이라 그런지, GUI 속도가 다소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실제로 그런지는 잘 모르겠지만, 체감상 그렇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반박자 늦게 반응하는 GUI는 사용자 경험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임을 밝힌다. 본인은 사실 리눅스의 3D 데스크탑에 굉장히 만족하고 있다)

멀티미디어에서도 문제가 발생하더라. 대부분의 경우 우리는 멀티미디어 재생을 위해 써드파티 유틸리티를 설치하는데 리눅스 진영에서는 선택의 폭이 좁고, 그 기능이 우리의 요구를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나는 윈도우에서 팟플레이어를 사용하는데, 코덱 걱정 없이 항상 멋진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리눅스는 일단 코덱 걱정을 한 번 해야 하고, 플레이어가 윈도우보다 훨씬 떨어지는 속도로 재생하더라. 이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아직도 리눅스는 서버용, 콘솔용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살아야 하는 것인가!

액티브 X에 대해서도 할 말은 많지만, 안 해도 될 만큼 너무나 많은 이야기가 있었으므로 생략. 정부와 은행들은 반성 좀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나 MS 윈도우를 쓰라고 광고까지 해주면서 어째서 준 HD가 수입되지 않는 현실에 정부가 나서지 않는 것인가!

어쩌니 저쩌니 해도, 역시 리눅스의 장점은 개방과 표준이 아닐까 싶다. 최근 구글 안드로이드를 공부하고 있는데, 개방과 표준이 얼마나 중요한지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실감하고 있다. 지금은 내가 리눅스를 전혀 모르기에 오직 설치 직후의 사용자 경험에 의존해서 리눅스를 평가하고 있지만, 조금만 더 공부한다면, 어쩌면 윈도우 따윈 다시는 거들떠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운영체제는 설치 직후부터 훌륭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만 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나날이 발전하는 배포판들이 이러한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고 있으니 앞으로 나아지겠지. 물론 윈도우도 재빠르게 도망가겠지만;

한동안은 리눅스를 좀 가까이 두어볼 생각이다. 전에도 이러다가 윈도우로 돌아왔었기에 이번엔 윈도우를 밀어버리는 대신 듀얼 부팅을 쓰고 있다. 오늘은 파티션을 좀 크게 잡아서 리눅스 내에서 가상머신으로 윈도우를 띄워 볼 생각이다.



  1. 안녕하세요 2009.09.30 22:13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글 잘 읽고 갑니다. 컴퓨터 관련 공부를 하고 계시는군요 저는 우분투를 설치해서 지금까지 잘 쓰고 있지만 그 동안의 불만 사항으로 위에 써주신 글에 동감하고 있습니다. 한국쪽 패키징할 때 끌꼴을 네이버 나눔체 같은 걸로 했으면 합니다.저작권문제가 안된다면요 지금 기본고딕체를 나눔체로 바꿔 사용하고 있구요

    • semix2 2009.10.03 16:07 ADDRESS | MODIFY/DELETE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사..사실은, 지금 우분투 쓰고 있습니다; 윈도우 쓴다고 포스팅한지 하루만에 부팅에 문제가 생겼는데 주위에 우분투 씨디만 달랑 있어서 설치해놓고 지금까지 쓰고 있습니다. 조금 익숙해지니 쓸만해지네요. ^^ 전 폰트 문제 해결했습니다. 폰트 관련 설정 파일 두 개를 손봐주니까 굴림체도 맑은고딕체도 드디어 제대로 나오네요. 시간 날 때 정리해서 글 올려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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