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도 요즘 책이 끌린다. 거의 매주 한 권씩 사는 듯 하다. 지금은 앤디 허츠펠드가 지은 Geeks라는 책을 읽고 있다. 이 책은 애플이 첫 매킨토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하고 있는데 특히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GUI)의 개발 과정이 인상 깊어서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미래를 만든 Geeks - 10점
앤디 허츠펠드 지음, 송우일 옮김/인사이트

매킨토시는 그보다 먼저 개발된 리사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리사의 GUI를 개발한 빌 앳킨슨이 개발 과정을 폴라로이드로 담아 두었는데 이 과정이 참 흥미롭다. 전체 개발 과정은 folklore.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실 책 대부분의 내용은 이 사이트를 번역한 것이다)


윈도우와 팝업 메뉴


위의 사진은 리사에서 처음 구현된 윈도우와 팝업 메뉴를 보여준다. 여러 개의 창이 겹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지금의 우리에겐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겹치는 부분을 다시 그리는 등의 작업이 많은 메모리와 연산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매킨토시의 CPU 처리 속도는 8MHz고 메모리는 128K다) 책을 읽다 보니 빌 엣킨슨은 천재였구나 싶더라!


스크롤바의 탄생


처음으로 구현된 스크롤바는 윈도우 왼쪽에 있었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메뉴는 윈도우 하단에 위치했다. 이 때가 1980년 봄이다.


점점 더 지금의 맥에 가까워지다


1980년 말, 프로그램의 메뉴를 현재의 맥이 그러하듯 전체 화면의 상단으로 위치시켰다. 아직까지도 아이콘이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외형이 상당히 현재의 맥과 유사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맥 드로우의 원형


1981년에는 리사 그래픽 에디터의 프로토타입이 구현되었다. 리사 그래픽 에디터는 나중에 맥 드로우로 발전했는데, 프로토타입의 모습이 왠지 모르게 현재의 포토샵을 연상시킨다. 더 놀라운 것은 맥 드로우의 최종 모습이 포토샵과 정말 유사하다는 것이다. 스크롤바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뀐 것도 눈 여겨 보자.


아이콘이 등장하다


1982년, 드디어 아이콘이 등장한다. 그리고 현재 맥에서 파인더라고 불리는 파일 탐색기의 초안(왼쪽 사진)을 볼 수 있다. 이 초안은 실제 구현된 것이 아니라 그래픽 에디터로 그냥 그린 것이다. 윈도우 제목 표시줄의 디자인도 눈 여겨 보자. 좌측 상단에 둥근 사각형으로 위치하던 제목 표시줄이 윈도우 상단 전체 영역을 사용하게 바뀌었다. 우측 하단에는 휴지통 아이콘이 있다.


Lisa, January 19, 1983


리사는 1983년에 9,995달러로 출시되었다. 위의 사진이 출시된 리사의 최종 GUI다. 그리고 이듬해 매킨토시가 2,495달러로 출시되었다. (스티브 잡스를 포함해 맥 팀은 1995달러를 목표로 달려왔지만 막판에 펩시에서 넘어온 존 스컬리가 이렇게 만들었다-는 대목을 지금 읽고 있다) 아래 사진은 매킨토시의 GUI다. 현재의 모습과 비교를 위해 그 아래 스노우 레퍼드의 GUI를 같이 올린다.

Macintosh, January 24, 1984


Max OS X 10.6.3, March 29, 2010


놀랍지 않은가? 현재 맥의 최신 운영체제인 스노우 레퍼드와 비교했을 때 거의 차이가 없다. 무려 25년 전의 디자인인데도 말이다! 그러나 매킨토시의 GUI가 결정되기 까지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빌 앳킨슨의 그래픽 루틴이 없었다면 이러한 UI를 만들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참고로 비슷한 시기에 출시된 MS 1.0은 윈도우를 겹칠 수 없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자료를 찾다가 1983년 2월 BYTE지에 실린 리사 컴퓨터 기사를 발견했다. 또 유투브에서 매킨토시 이야기라는 동영상을 발견해서 여기에 첨부한다. 이 영상에 리사와 매킨토시 모두 출연한다. (게다가 빌 게이츠도 등장한다)




GUI는 이제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되었다. 물론 GUI가 애플에서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지만 애플의 노력으로 현재 운영체제의 GUI가 대부분 결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25년이나 유지된 디자인이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얼마나 자주 바뀌었는지, 그리고 그 당시 어떤 기술이 막 태어나고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정말 즐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1. 준돌이 2010.05.27 15:17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잘보고 갑니다. ^^ 추억이 새록새록

    • semix2 2010.05.27 15:22 ADDRESS | MODIFY/DELETE

      전 어릴 때 애플 II 쓰다가 XT, AT, 386 이렇게 갈아타고 정말 최근 들어서야 맥을 쓰고 있습니다. 맥 GUI 참 예쁘네- 하고 있다가 이 책을 보니 정말 흥미진진 하더라구요. (굳이 책을 안사도 링크된 folklore.org에 가시면 다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전 프로그램 개발쪽 일을 하다보니 이런 걸 보면 정말 두근두근합니다. 너무 흥미진진해요!!

  2. 버드나무 2010.05.28 15:04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예전에 스티브 잡스가 졸업축사에서, "맥을 베낀 윈도우가"라고 말했을 때 많이 웃었었는데.. 정말 대단한 애플입니다.

    • semix2 2010.05.28 15:14 ADDRESS | MODIFY/DELETE

      졸업축사에서 그런 말을 했다니 재밌네요. ^^ 워낙 유명한 축사인데 전 아직도 보지 못했답니다; 끙- 얼른 찾아봐야겠어요.

      책에 보니 윈도우가 베낀 게 맞습니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가 매킨토시에서 동작하는 번들을 만들고 있었는데 그 때 어깨 넘어로 슬쩍! 애플이 베껴서 내지 말라고 계약하긴 했는데 절차상 문제가 있었답니다. 결국 소송까지 갔지만 패소;;

      뭐, 덕분에 윈도우가 출시됐고, 좋으니 나쁘니 해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잘 쓰고 있으니 나쁘게만 볼 순 없지요. 그죠? ^^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가끔 또 놀러오세요~ 뿅!

    • windytree 2010.05.28 16:21 ADDRESS | MODIFY/DELETE

      죄송합니다만, 잘 못 알고 계신 것 같습니다. 졸업식 축사라면 스탠퍼드 대학 축사를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그 축사에서는 윈도 이야기는 한 마디도 꺼내지 않았습니다.

    • semix2 2010.05.28 16:34 ADDRESS | MODIFY/DELETE

      이구? 그렇군요...;; 뭐 어쨌든 그래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졌습니다. ^^ windytree 님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그리고 반갑습니다- 뿅!

  3. 버드나무그늘 2010.05.29 15:26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죄송합니다만 windytree님이 잘못 알고 계신 듯 합니다. 제가 블로그에 전에 올린 내용을 다시 읽어봤는데요. http://naya7931.tistory.com/123 스티브 잡스는 분명히 "If I had never dropped in on that single course in college, the Mac would have never had multiple typefaces or proportionally spaced fonts. And since Windows just copied the Mac, its likely that no personal computer would have them."(의역:만약 제가 그 서체 수업을 듣지 않았다면, 매킨토시의 복수서체 기능이나 자동 자간 맞춤 기능은 없었을 것이고, 맥을 따라 한 윈도우도 그런 기능이 없었을 것이고, 결국 개인용 컴퓨터에는 이런 기능이 탑재될 수 없었을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물론 GUI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걸 듣는 순간에 빵 터진거죠.

    • windytree 2010.06.03 23:17 ADDRESS | MODIFY/DELETE

      맞는 말씀이세요. 제가 잘 못 기억하고 있었네요. 사과 드립니다. 죄송합니다.

      제 기억이 불분명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과 드립니다.

    • semix2 2010.06.04 01:09 ADDRESS | MODIFY/DELETE

      훈훈한 전개! ^^ 우리는 전문 기자가 아니니까, 이렇게 소통하면서 채워가는 모습이 너무 좋네요. 저도 많이 배웠습니다.

    • 버드나무그늘 2010.06.04 16:21 ADDRESS | MODIFY/DELETE

      아닙니다~ ^^; 덕분에 저도 간만에 다시 스티브잡스 연설 보게 되어서 좋았는걸요~ ^^ 사과는 거두셔도 됩니다~

  4. 버드나무그늘 2010.05.29 15:29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Windows just copied the Mac 요 부분이 대박인 겁니다.

    블로그 본문 포스팅과 관련없는 내용으로 댓글을 도배하게 되어 죄송합니다.

    • semix2 2010.05.29 20:21 ADDRESS | MODIFY/DELETE

      도배라니요- 좋은 정보 정말 감사드립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전 포스트 댓글이 방명록처럼 되는 것도 좋아합니다. ^^ 사람들은 이 글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 생각이 꼭 본문의 내용과 일치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저 제 글로 인해 어떤 생각이 들었다- 이게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게다가 이런 훌륭한 정보를 주셨는데 어찌 이걸 도배라 하겠습니까! 정말 감사드립니다-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CATEGORI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