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서 TED 강연을 자막과 함께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단순한 욕심과 호기심. 내가 그런 앱을 개발할 수 있을까? 싶은 그 정도의 호기심이 발동해서 만든 TED+SUB. 오랜 프로그래밍 경험으로 인해 내 머리 속에는 이미 '구체적으로 그림이 그려진다면, 그건 반드시 구현할 수 있다' 는 신념이 있다. TED+SUB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가장 불투명했던 부분은 '과연 자막만 따로 받을 수 있는가?' 였다. 영상 자체는 이미 아이폰/아이패드용으로 제공되고 있었기 때문에 문제는 자막 뿐이었다. 

다행히 자막을 가져오는 방법을 찾아내었고, 그림은 이제 꽤 구체적으로 그려졌다. 구현은 코딩 좀 하는 사람이라면 그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림을 그리는 게 좀 힘들 뿐이지, 그림만 제대로 그려져 있으면 구현은 쉽다. 간단한 코딩 룰 정도만 알면 나머지는 구글이 알아서 다 해준다. 인터넷으로 전세계가 하나로 엮인 지금, 널린게 지식이다. 모르면 물어보라- 답은 0.038 초 내로 튀어나올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진행될 것 같았던 구현 과정에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아이패드에서 영상을 재생할 때 경우의 수가 좀 된다. 작은 창 모드/전체 창 모드, 화면에 꽉 채우기/긴 축 맞추기, 가로 모드/세로 모드. 이러한 경우의 수를 조합하면 꽤 된다. 문제는 이론 적으로는 각각이 상호 영향을 주어서는 안되는데 의외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특히 전체화면에서의 회전은 좌표축이 따라가지 않는 문제가 발생하여 직접 좌표축을 돌려줘야하는 문제가 있었다. 산수가 약한 나는 이런 부분에서 상당히 취약하다. 정말 쓸 데 없는 개고생이랄까? 산수만 좀 되면 연습장에 간단한 수식 몇 개 적으면 끝날 일을 이렇게 코딩해보고 안되면 저렇게 코딩해보는 방법으로 돌파한다. 무식한 방법은 몸과 마음에 상처를 준다.

뭐, 어쨌든. 이런 저런 경우의 수를 극복했더니 이번엔 SDK가 말썽이다. '값이 바뀌었어요' 라는 알림을 받아 적절한 행동을 취하게 만들어놨더니, 값이 바뀌기 전에 알려주고 그리고나서 바꾼다.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그렇다. 이는 전적으로 SDK의 버그다. 다행히 우회할 방법은 있다. 이벤트 전달 매커니즘을 알고 있던 게 다행이다. 알림을 받으면 즉시 행동을 취하는 게 아니라 '그래요? 그럼 이따 이렇게 해줘요' 식으로 우회하면 그만이다. 내 용어로 이는 '우회로'에 해당한다. 그것도 안전한 우회로. 버그가 고쳐지고 나서도 이는 제대로 동작하기 때문에 나는 이걸 안전한 우회로를 팠다-고 말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의외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었고, 덕분에 꽤 애착이 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이 앱에 관심을 가져줄까? 사실 만들기 시작할 당시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다. 사실 앱을 만들어서 혼자 쓰면 그만이다. 그런데 혼자 쓸 목적으로 앱을 만들면 4개월마다 한 번씩 Provision이라는 걸 갱신해줘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귀찮다. 앱스토어에 올린 뒤 그걸 내려받으면 그런 귀찮음이 사라진다. 그래서 앱스토어에 올릴 생각을 하게 된 것인데, 상황이 이렇게 되니 슬슬 욕심이 난다. '사람들이 많이 좋아해줬으면 좋겠다.'

앱을 올리고 트위터에 알렸다. 난 아직도 트위터는 잼병이다. 덕분에 팔로워 숫자도 꽤 적은 편이다. 게다가 그 중 많은 분들이 트윗을 안하시는 듯 하다. 몇 안되는 분들을 통해 몇 명이나 이 앱을 알릴 수 있을까? 

다행히, 정말 다행히 몇몇 분들의 리트윗을 통해 다시 리트윗되고 해서 많은 분들께 홍보가 되었다. 내 생각엔 놀부(n0lb00)님의 트윗이 큰 힘이 된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 감사드립니다)

앱을 만들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이 앱은 누구에게 유용한가? 직업병이 발동한건지, 누구에게 어떤 이득이 되는지 따져본 것이다. 분명 이 앱은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인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 앱스토어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겠어서 일단 일본쪽의 반응이 꽤 궁금했다. 그런데.... 일본에 홍보할 방법이 없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앱을 올린 바로 다음 날, 구글을 통해 살펴보니 일본어로 되어 있는 글이 보이는게 아닌가! 클릭해보니 앱 리뷰해주는 사이트인 것 같은데, 꽤 친절하게 사용 방법을 적어 주었고, 그 글이 꽤 많은 사람들에게 리트윗 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본인들은 이 앱을 어떻게 생각할까?

세상 참 편해졌다. 구글 번역기는 의외로 좋은 성능을 보여준다. 사이트 주소만 치면 사이트가 번역되고, 일어 문장을 입력하면 확인 버튼을 누를 필요도 없이 바로 번역된다. 일본인들의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이 날 다운로드 수는 한국보다 일본이 5배가량 많았다. 그 다음 날도 일본이 2배 정도 많더라.



'인생을 배우는 최대의 교과서' 라는 대목이 끌렸다. 그런 타이틀로 누군가 트윗했고, 리트윗하는 과정에서 코멘트가 하나씩 더 달려있더라. 목욕하면서 한 편씩 보기, 잠들기 전에 한 편씩 보기 등 그들의 생활 패턴도 알아볼 수 있었다. 다운로드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검색 기능이 없다,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등 많은 리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리뷰들을 보면서 어쩜 이리도 뿌듯한건지... 내가 만든 무언가로 인해 사람들이 반응하고 있구나! 

일본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가장 많은 의견이 왜 아이폰은 지원하지 않는가였다. 사실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폰용 유료/무료앱을 하나씩 만들어봤기 때문에 이번엔 아이패드용 앱을 만든 것이다. (어이 없어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의 긍정적인 반응은 힘이 된다. 하루 오지게 달렸더니 아이폰을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은 아이패드와 달리 화면이 작아서 작은 화면에 어떻게 UI를 배치해야하는가가 최대 문제였다. 연습장 꺼내서 이래 저래 그림을 그려보다가 '이 정도면 좋아' 싶은 단계에 이르렀고, 그대로 달려서 완성했다.

이 상태로는 아이패드 사용자들에게는 업데이트가 이루어지지만 기능상 변화가 전혀 없다. 그들이 얼마나 낙심할까 생각하니 두근두근; 그래서 조그마한 기능 하나를 추가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막 보이기/감추기가 그것이다. 이 기능을 구현하는 건 20분으로 충분했는데 이 때문에 생긴 버그가 하루를 소비하게 만들었다. 전날 학교 일로 밤을 샌 덕분에 버그를 찾는 데 오래 걸렸다;

두근두근, 지금도 가끔 트위터나 구글에서 'ted sub' 또는 'ipad ted' 로 검색해본다. 대부분이 한국과 일본의 트윗인데 일본의 트윗이 좀 더 많고 개인적인 의견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기쁨은 처음이다. 생각보다 꽤 즐겁다.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무엇인가에 반응하고 있다는 사실에 굉장히 뿌듯하기도 하고, 어께에 힘이 들어가기도 하고, 자랑하고 싶고 막 그렇다. 겸손해야 한다고? 흥- 난 자랑하고 싶은데?

아직 TED+SUB은 공식 TED 앱에 비하면 기본 기능이 취약하다. 검색도 안되고, 다운로드도 안되고, 테마로 검색도 안된다. 일단은 기본 기능을 충실히 지원해야지. 그리고나서 공식 앱과는 차별되는 또 다른 서비스를 접목해 볼 생각이다. 자막 기능만으로도 일단 공식 앱과의 차별성은 존재하지만 이 차별성은 사실 굉장히 연약하다. 그들이 언어/자막을 지원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뭐, 사실 바라는 바이기는 하다. TED+SUB을 계기로 공식 앱이 언어와 자막을 지원하게 된다면, 그것도 나름 큰 영향을 끼친거니까.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 그랬으면 좋겠다. 그래서 TED+SUB가 좀 오랫동안 살아남았으면 좋겠다. 예전 QuickDic이 너무나 안타깝게 망해버린 관계로 이번에 TED+SUB은 좀 오래갔으면 좋겠다. 살려주세요. 제발-



  1. 도플파란 2011.01.17 05:45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아이폰용은 어플이름이뭔가여?? 같나요??

    • semix2 2011.01.17 14:13 ADDRESS | MODIFY/DELETE

      네, 하나의 TED+SUB 앱이 아이폰/아이팟 터치/아이패드를 지원하게 됩니다. 현재 애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앱스토어에는 아직 등록되지 않았구요, 한 번에 승인된다면 아마도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 쯤에 앱스토어에서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

  2. 미스터 2011.01.17 14:39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도 ted보면서 자막용 앱이 왜 없을까 고민하면서, 누군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대단하시네요! 직접 만드신건가요?

    • semix2 2011.01.17 15:12 ADDRESS | MODIFY/DELETE

      네, 제가 만들었습니다. ^^ 누군가 만들어주었으면... 하는 아이디어를 많이 퍼뜨려주세요. 좁게는 국내에, 넓게는 세계에 그런 아이디어를 구현해 줄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단지 그 사람들은 생각을 미처 못했을 뿐이에요. 아이디어만 있다면 금방 뚝딱하고 만들어낼 우수한 인재가 많습니다. 아이디어를 많이 퍼뜨려주세요. ㅎㅎ (제 블로그나 트위터도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3. 모노루나 2011.01.18 08:16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앗 오늘 아침에 아이패드로 앱 설치 후 몇가지 강연을 흥미 있게 보고는 구글이랑 네이버로 검색 하던 도중 개발자님 웹 페이지에 방문하게 되었네요!! 정말 감사해용 정말 유용한 어플인 것 같아요!!

    • semix2 2011.01.18 10:51 ADDRESS | MODIFY/DELETE

      감사합니다- 댓글이 굉장히 큰 힘이 되네요. ^^ 아직 공식 앱에 비해 기능이 많이 부족합니다만 점점 더 나아지게끔 노력하겠습니다. ^^ (앱스토어에도 리뷰 달아주세요- 굽신굽신!! ㅎㅎ)

  4. 세상에 2011.01.18 11:20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올블로그에서 아이패드로 검색하여 글 읽다가 우연히 글 읽었는데 세상에나~ 개발자이셨군요.
    아이패드 사고 가장 기뻤던 순간이 19.99$짜리 유료앱 다운로드 했을때가 아닌 TED+SUB 앱으로 TED를 봤을때였습니다.
    TED볼려고 원격 앱을 구매를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며칠을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편하게 침대에 누워서 TED를 보고 잇습니다. 개발해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의외로 피드백 없다는 블로그글에 일부러라도 글 한번 남깁니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글은 안남기지만 너무 고마워 하고 있을 것입니다.

    • semix2 2011.01.18 15:42 ADDRESS | MODIFY/DELETE

      어우- 저도 너무 고맙습니다. 댓글로 인해 지금 기분이 너무 좋아요!! ^^

      TED 공식 앱이 왜 아직도 영어 이외의 언어와 자막을 지원하지 않는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뭐, 그런 이유로 TED+SUB가 개발되었지만, 공식 앱과는 별도록 지속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쓰기 편한, 쓰고 싶은 앱이 되게끔 노력할게요- 고맙습니다!

  5. mahabanya 2011.01.18 14:31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어머. 이렇게 좋은 것은 알려야 해!

  6. 감사 2011.01.23 13:16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얼마전 아이패드용 보고 아이폰용 언제나오나 싶었는데 나왔네요 감사^^ 제 아이폰의 수많은 앱 중 가장 좋아하는 앱입니다. 또 한번 감사감사^&^

    • semix2 2011.01.23 20:13 ADDRESS |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 지금 다운로드 기능을 넣고 있으니 조만간 더 쓰기 편하게 업데이트가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애용해주세요~ ㅎㅎ

  7. LJH 2011.02.07 16:27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희 TEDx Hangang 2월 12일날 강연을 준비했습니다.
    www.tedxhangang.com 에 들어가셔서 읽어보시고
    관심 가시면 신청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8. 대학생 2011.05.02 01:20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저 어제 아이패드2를 사고 제일 처음으로 받은앱이 굿리더와 테드서브입니다. 대학생이라 공부 자료와 자극거리가 필요했거든요. 작년 여름 아이팟으로 테드를보면서 자막이 지원안되는게 아쉬웠었는데, 오늘 테드를 보면서 자막 봉사에 지원해볼 생각을 가질정도로 재밌고 유익하고 감동적인 경험을 했습니다. 마음같아선 밥이라도 한끼 대접하고 싶네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 semix2 2011.05.02 22:02 신고 ADDRESS | MODIFY/DELETE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개인적인 취미로 만든 앱인데 이런 응원에 힘입어 여기까지 왔어요. ^^ 혹시 불편한 점이라던가,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 부분이 있으면 언제든 알려주시면 다음 업데이트 때 꼭 반영해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9. INTAEK 2011.07.24 15:11 ADDRESS | MODIFY/DELETE | REPLY

    멋지네요! 아이패드 사길 잘 했어요! 리트윗은 이럴때 하라고 있는거겠죠 ㅎㅎ

    • semix2 2011.07.25 14:32 신고 ADDRESS | MODIFY/DELETE

      ^^ 고맙습니다! 아이패드는 TED+SUB 외에도 워낙 훌륭한 앱이 많아서 '뭘 쓸까-' 하는 고민으로 시간을 많이 소비하게 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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