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내내 늘어짐에 몸을 어쩔 수가 없다. 날씨탓인가... 한없이 늘어진다.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라 그러면 그럴것도 같은 오늘이다.

너무 늘어짐을 막고자 오늘 집에 있는 DVD 하나를 골랐다.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전도연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이 영화를 처음 접함에 있어(극장에서 봤거든) 영화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전도연에 대한 기대감으로 봤던 기억이 난다. 당시 설경구역시 유명했던걸로 알지만 마스크가 원채 전원일기라 전도연과는 안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갖게 했다. 설경구..... 원숙한 연기자이지만 원숙한 마스크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대략 이러하다. 결혼 히스테리의 남성과 소심녀의 상큼한 러브스토리~ 하.... 난 역시 줄거리 소개만큼은 언제나 자신없다. 항상 이모양이다.

자자~ 이 영화는 내가 몇점을 줄것 같으냐하면~ 10점만점에 9점이다!!

왜일까요~ 그것은 정말 작은곳에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부분을 세밀하게.. 아주 쪼금은 티나게 묘사한 것이다. 양복입고 천정의 형광등을 고치면 배꼽이 보인다거나 요구르트를 마실 때 밑을 까 먹는다거나.... 이러한 부분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와닿으면서도 아... 맞아 그랬지 하게 되는것이다.

그렇다. 이 영화는 분명 멜로영화이지만 멜로를 위한 격정보다는 그것이 일어나는 상황을 최대한 자연스럽게 묘사하고 있는것이다. 멜로에서 빠질 수 없는 키스신이라든가 노출등은 전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관객에게 잔잔한 미소를 전한다. 그것은 우리가 미쳐 모르고 지나친 작은 일상을 깨우쳐주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도연... 그녀의 모든 작품중에서 이 영화만큼 그녀를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은 없을거란 생각이 든다. 정말 소녀같고 세심하면서도 어른같을때도 있고.. 수수한 얼굴에 수수한 옷차림, 좋아하는 남자앞에서의 수줍음이라던가 그럼에도 설경구보려고 은행에서 번호표 다발로 뽑은걸 보면 절로 미소가 나온다. 귀엽고 깜찍해서 깨물어주고 싶은게 아니라 귀엽고 순수해서 지켜보게되는 멋진 인물을 맡았고 너무나 잘 소화해냈다.

설경구... 전원일기 마스크는 빛을 발하지만 그 마스크가 전하는 인생의 따분함은 더없이 설득력있다. 잠깐잠깐 보이는 마술쇼는 그가 내세울 수 있는 매력이요, 그만의 탈출구일게다. 역시나... 설경구는 너무나 연기를 잘한다. 주인공으로서 멋지고 매력적이진 않지만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조연이 아니냐는 의문마저 품게 작품속에 녹아있다. 멋진 중년이다. 마스크 때문에 안어울릴거란 나의 추측은 그냥 추측으로 빗나가고 말았다.

자그마한 일상의 묘사, 빠르지 않은 진행, NO 액션... 내가 좋아하는 요소는 갖출대로 갖춘 영화가 아닐까 싶다. 물론 아직은 내 영화사전에 '섬' 만큼이나 멋진 영화는 없지만, 이 영화는 그 뒤를 달려도 이상하지 않을만큼이나 내게는 멋진 영화다. 일부러 감독의 인터뷰는 듣지 않는다. 감독의 의도를 듣고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만의 해석이 틀어지는 느낌은 버릴 수 없다. 어떻게 해석하든 내마음이다.

명절이면 아주 가끔씩 이 영화를 틀어주지 않나 싶다. 내가 군에 있는 동안 한번 TV에서 해준걸로 알고 있지만... 무료하고 따분한날, 할건 없지만 그래도 신선한 자극이 없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 이 영화를 추천한다. 당신이 살고 있는 그 따분함에도 미소를 짓게하는 그런 장면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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